[뉴스핌=이고은 기자] #직장인 A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세뱃돈을 준비하기 위해 은행 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았더니 '신권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창구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5만원권 신권은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고 1만원권은 오전 10시에 모두 소진됐단다. 한 사람당 1만원권 10장으로 제한했지만 금세 동이 났다. 그나마 5000원권이 남아있어 얼른 바꿔왔다.
설 명절을 앞두고 늘 일어나는 '신권 대란'의 풍경이다. 올해는 유독 신권을 더 구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설 명절에 유통되는 신권 화폐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를 발행하기 위한 비용은 얼마나 들까.
한국은행은 설을 앞둔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가 5조4849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돈을 만드는데 들어간 돈'은 1503억원이다. 화폐 제조비용이 1500억원을 넘어선 것은 5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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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전 한 시중은행 ATM 모습 <뉴스핌 DB> |
신권 발행비용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제조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5만원권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5만원권은 일반 가정에서 재산비축 목적으로 쌓아두는 경우가 많아 시중에 잘 돌지 않는다.
지난해 5만원권의 환수율은 49.9%, 1만원권 환수율은 107.7%를 기록했다. 1만원권은 대부분 한은으로 회수되고 있지만 수요가 큰 5만원권은 절반 이상 회수되지 않는 상황이다.
설 명절에 신권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화폐 제조비용이 부담스러운 한국은행은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며 캠페인까지 벌인다.
한은 관계자는 "월별로 신권 발행 계획을 세워놓는데 주로 설 명절이 낀 1~2월에 발주량이 많다"며 "신권 수요를 줄이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해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에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뱃돈을 나눠줄 손자들이 여러 명 있는 B씨도 "예전에는 설을 앞두고 은행 앞에서 줄을 서서 신권을 바꿨지만 요즘은 번거로워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깨끗한 지폐를 골라 예쁜 봉투에 넣어주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뱃돈은 일종의 선물이기 때문에 신권을 주는 게 마땅하다는 시각도 많다. 새해 첫날 이왕이면 새 돈을 주고받는 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세뱃돈을 일찍 준비해둔 C씨는 "빳빳한 세뱃돈은 일종의 선물"이라며 "남이 쓰던 물건을 선물로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화폐제조를 담당하는 조폐공사 관계자는 "화폐제조 비용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있는데, 신권 수요는 설 명절에 신권으로 세뱃돈을 주고받는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이다"면서 "세뱃돈을 빳빳한 새 돈으로 주고 받는 건 국민의 행복권인데 단순히 비용으로 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