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선주회사·정부 노력 성과…해당수역은 여행금지 지역"
[뉴스핌=이영태 기자] 지난해 말레이시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이슬람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한국인 선장이 피랍 87일 만에 무사히 석방됐다.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사진=외교부 제공> |
외교부는 지난해 10월20일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인근 해상에서 무장테러단체인 '아부사야프(Abu Sayyaf Group)'의 피습으로 납치됐던 한국 국적 화물선 동방자이언트호(1만1391t급) 선장 박모 씨와 필리핀 선원 1명이 무사히 석방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필리핀 민다나오시 인근 홀로(Jolo)섬에서 석방됐다. 한국인 선장 박씨는 마닐라로 이동해 건강검진을 받은 뒤 이날 밤 늦게나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박씨의 안전한 석방과 아부사야프를 상대로 한 선주회사 측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피랍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자제를 요청해왔다.
피랍 이후 동방자이언트호 선주회사는 박씨의 무사 석방을 위해 테러단체 등과 물밑 접촉을 벌여왔으며, 테러단체는 석방 조건으로 큰 돈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외교부 본부에 관계부처로 구성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주필리핀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반을 가동해 선사 및 박씨 가족 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석방 노력을 지원했다.
아부사야프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인근을 납치의 주무대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테러 단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만 7건의 외국인 대상 납치 테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몸값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자 캐나다인 2명이 희생당했다.
동방자이언트호는 피랍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0월 20일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인근 해상을 지나던 중 아부사야프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당시 배에는 선장 박씨를 포함해 한국인 선원 4명과 외국인 16명이 탑승 중이었다. 해적 10여 명은 스피드보트를 타고 화물선에 침입해 선장 박씨와 필리핀 선원 1명을 납치했다. 나머지 선원들은 긴급방호시설로 몸을 피해 납치를 면했다.
이 화물선은 사고 당시 화물을 싣지 않았던 공선인 상태로 당초 마산으로 향하려다가 행선지를 바꿔 필리핀 마닐라를 향하던 길이었다. 선원들 대부분이 필리핀 국적이라 이들을 먼저 내려주려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필리핀 해역에서 납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방자이언트호에는 필리핀 선원이 많았다는 점에서 한국인 선박을 타깃으로 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외교 당국의 판단이다.
외교부는 지난 2일 이번 납치를 자행한 아부사야프가 활동하는 지역 일대의 여행금지 지역 지정 기간을 오는 7월31일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여행금지 지역은 필리핀 민다나오의 삼보앙가, 술루 군도, 바실란, 타위타위 군도 등이다.
외교부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우리 국적 선박들이 해당 수역을 항행하지 않도록 지속 안내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국민이 여행금지 지역을 허가없이 방문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