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글로벌 증시 급락·브렉시트 가결·트럼프 당선
2017년 시장 관심은? "G2 금리인상+정치 리스크"
[뉴스핌=김성수 기자] 2016년 국제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증시가 연초부터 부각된 세계경제 우려에 급락 출발했고, 지난 6월에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다시 한 번 출렁임이 재연됐다. 이어 11월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이변이 또 한 차례 벌어졌으나 이후 시장은 예상 밖 안정세를 보이는 이변까지 보이며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을 완성했다.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시장을 크게 요동치게 했던 사건들을 정리해 봤다.
최근 1년간 상하이지수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 상하이증시, 고난의 출발
연초 세계 경기둔화 위기론의 시작점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경기둔화 조짐에 이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외환보유액 감소까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연초부터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상하이증시는 첫 두 달 동안 무려 43%가 떨어졌다. 이런 때일수록 주도면밀하게 나서야 할 중국 정부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한 지 나흘만에 중단하는 등 어설픈 대책을 내놓아 시장 관리 능력까지 의심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자금 유출에 따른 위안화 약세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작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은 3조3300억달러로 집계돼, 한 달간 1079억달러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기준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은 중국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었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첫 10거래일 동안 4조달러 이상의 자금이 증발했다. 1월 셋째주 브렌트유는 배럴당 27.10달러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
글로벌 증시와 국제유가가 폭락장을 연출하자 각국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부양책에 나섰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1월 마지막 주에 실시한 마이너스 금리는 자산시장의 기본 개념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했는데 이자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보관비를 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BOJ의 마이너스 금리는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토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약 한 달 뒤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했고,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췄다.
문제는 일본·유럽 등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하는 주요국에서 오히려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부양 효과 보다는 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교란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많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 업계의 사업 모델을 파괴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정책 효과 <자료=BAML, FT재인용> |
◆ 브렉시트, 설마했는데
한 해의 절반이 지난 6월에 금융시장은 또 한 번의 악재를 맞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 게 그것이다.
설마 영국이 EU를 떠날까 우려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유럽 증시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와 뉴욕 증시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FTSE 세계지수(All World index)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하루 동안 4.8% 급락하면서 2조1000억달러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특히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엔 환율이 100엔대까지 붕괴되면서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일본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 했던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한 셈이다.
현재 영국 정부는 2년 안에 EU 탈퇴 협상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EU 측은 영국이 오는 2020년까지 내기로 약속했던 분담금 등 600억유로(약 74조원)의 이혼 위자료부터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브렉시트 협상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AP/뉴시스> |
◆ '이단아' 트럼프, 백악관 주인이 되다
브렉시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글로벌 시장에는 또 다른 이변이 발생했다.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막말'을 일삼는 그가 대통령 직에 오르면 전세계 금융자산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S&P500지수가 이틀 만에 5.3% 폭락했던 것보다 더 격렬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선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트럼프의 공약 중에서도 법인세 인하와 대규모 재정부양, 규제완화 등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증시에서는 '트럼프 랠리'가 진행됐다.
여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까지 랠리에 동참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연초 20달러대였던 상황이 언제 벌어졌냐는 듯, 50달러를 무난히 웃돌고 있다.
◆ 2017년 시장 관심은? "G2 정책+유럽 정치 위험"
2017년을 맞이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금리인상'과 '정치 리스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두 번째 금리인상에 나서는 한편, 2017년에는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서는 자본유출이라는 골칫거리가 안겨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금리인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중국이 내년 중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도 유럽 국가들의 투표가 예정돼 있어 정치 리스크가 여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베일을 벗을지도 관심거리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