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대출하며 매각 관련 별도 약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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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매각이 중단되면 이 회사에 대한 수천억원대 대출 중 20%를 즉각 축소키로 했다. 내년 매각 재추진이 유력해졌다.
2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달초 이사회를 열고 산은캐피탈에 대한 일반대출 4000억원 신용공여(대출약정)을 결정했다. 무담보로 대출금리는 연 2.78%, 대출기간은 1년, 만기는 2017년11월30일이다.
7일자 기준으로 이미 집행된 대출 2618억원을 포함해 총 약정규모는 4043억원이다. 즉 이번에 산은캐피탈에 대한 기존 대출을 모두 갱신해준 것이다. 산은은 산은캐피탈의 지분 99%를 가진 대주주다.
산은이 산은캐피탈에 대출해준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매각에 실패하면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매각 강제’ 특별 약정을 체결했다.
이사회 결정을 보면 ▶ 약정기간중 매각 중단이 확정될 경우 매각중단 확정일 이후 10영업일내 20%(800억원) 감액 ▶ 만일 한도감액시점에서 한도초과인출 금액이 있다면 3개월 이내 전액 상환(특별약정으로 인한 기한전상환의 경우 기한전상환수수료 면제) 조건을 달았다.
즉 내년 11월 30일까지 매각 중단이 결정되면 대출한도를 3200억원으로 깎고, 이 규모를 넘는 대출이 있다면 3개월 이내에 모두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전에도 특별약정이 있었지만 매각 실패 시 상환조건은 없었다. 작년 11월말 기준 대출 약정을 보면 ▶ 약정기간 중 매각될 경우 매각 완료(잔금 지급일) 후 신규인출 금지하고 매각 완료 후 6개월 이내 전액 상환과 약정 해지가 전부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 산은 대출은 갚으라는 이야기다.
매각 강제 특별 약정은 현재 산은캐피탈 사정에서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산은캐피탈은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055억원을 기록, 역대 최고 이익을 거뒀던 2014년 1055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경실적이 매우 좋다. 그럼에도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를 '매각 이슈'로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주고 발행하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 가운데 한 곳 이상이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 이하로 떨어뜨리면 한 달 안에 원리금을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AAA)과 같은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경영권을 매각하면 채권값이 급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을 달랠 필요성이 있어서다.
채권 발행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산업은행의 대출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캐피탈 매각이 몇 차례 불발되고 외부 컨설팅을 하면서 매각 포기 이야기도 나오지만 현재 확정된 것은 없고, 대출을 해주면서 매각과 관련한 특별약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매각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