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 적응 실패+개발 능력 상실
비게임 사업 확장…기업 불확실성 가중 우려도
[뉴스핌=최유리 기자] 국내 1세대 게임업체들이 본업인 게임을 버리고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 발판이 된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적응에 실패한 결과다. 인력이나 투자를 줄이면서 자체 개발 여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비(非)게임 사업에서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기업 전체로 불확실성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IP(지적재산권) 수출과 투자 사업으로 방향을 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가 대표적이다. 연초 이후 신작 출시가 뚝 끊긴 상황에서 IP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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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위메이드, 드래곤플라이, NHN엔터, 한빛소프트 CI=각 사> |
위메이드는 지난 6월 중국 게임사 킹넷과 온라인 게임 '미르의전설2' IP 계약을 체결한 것에 이어 킹넷 계열사 절강환유, 팀탑게임즈와 추가 계약을 맺었다. 중국 샨다게임즈와 미르 IP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어 계약 해지 가능성이 있지만 미니멈 개런티(MG)만 800억원에 이른다.
투자 사업도 활발하다. 지난 4월 모바일 게임사 넥스트플로어에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7%를 확보했다. 2009년 네시삼십삼분을 시작으로 카카오, 펄사크리에이티브, 레이드몹, 오올블루 등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기 전부터 투자해 지분 가치를 키웠고, 오올블루는 상장사 넵튠에 매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비게임 사업으로 중심축을 옮긴 것은 한빛소프트와 드래곤플라이도 마찬가지다. 한빛소프트는 드론 유통에 이어 농업용 드론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 영어 교육 프로그램 '오잉글리시'와 수학 교육 프로그램 '씽크매스'를 내놓으며 교육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도 영어 교육앱을 출시하고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술을 교육 콘텐츠에 접목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게임보다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사업에 뛰어들면서 벅스뮤직(1060억원), 한국사이버결제(641억원), 티켓링크(140억원), 티몬(475억원) 등에 굵직한 투자를 진행했다. 연예기획사 하우엔터테인먼트 지분 70%를 110억원에 사들이고 맥도날드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비게임 영역으로 외도에 나선 것은 모바일 체질 개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윈드러너' 이후 3년 넘게 흥행작이 한 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올초 모바일 게임 '소울앤스톤'이 실패한 후 이렇다 할 신작도 없었다. 자회사 조이맥스의 라인업을 포함하더라도 '히어로스톤'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년을 훌쩍 넘긴 구작들이다.
그러는 사이 개발 조직과 인력은 쪼그라들었다. 한때 1500명을 넘던 직원 수는 100명도 남지 않았다. 개발직은 지난해 말 283명에서 올 3분기 34명으로 줄었다. 연구개발비는 2014년 620억원에서 2015년 456억원으로, 올 3분기 누적 29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월 개발 자회사(위메이드플러스, 위메이드넥스트, 이보게임즈)를 분사하면서 인력 재배치와 감축이 진행됐다. 개발 권한 강화를 조직 개편의 이유로 들었지만 성과에 따라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게임 사업을 축소하면서 일각에선 회사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위메이드와 IP 사업을 둘러싸고 법적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샨다게임즈가 인수 물망에 올랐다. 샨다게임즈는 미르 IP의 공동저작권자인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회사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위메이드가 IP와 개발사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자회사를 중심으로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업계의 시선은 불안하다.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한번 도태되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체 개발 역량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빠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본력을 가진 대형사에 밀리면서 다른 사업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중견 게임사들이 자체 역량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심축인 게임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 여러 사업을 벌이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위메이드도 자체 라인업이 약하고 신작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