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후 금값 떨어지자 금 수요 늘어
[뉴스핌=김선엽 기자]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금을 찾는 고액자산가가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들은 적게는 십억원대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의 골드바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신한은행을 필두로 은행들이 골드바 마케팅을 벌였다.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고액 자산가들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공급사로부터 올해 배정받은 골드바 물량을 이미 모두 팔고, 내년도 물량에 대한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다른 은행 사정도 비슷하다.
![]() |
신한은행 골드바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통 고객 한 명이 수억원어치씩 사간다"며 "한 고객은 한 번에 100억원어치 금을 매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들이 최근 들어 금 매입을 늘리는 이유는 경기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 가격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1300달러 수준이었던 금값은 이후 하락, 전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40.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채 두달도 되지 않아 12% 이상 하락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110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던 것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인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기준금리를 예정보다 빠르게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자 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골드바 판매가 늘었다"며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데 반해 금 가격이 계속 하락했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최근 한 달간 골드바 매출이 2배 정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금 실물에 투자하는 것은 10%의 부가세를 내야하므로 여간해선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다가 거래수수료, 매수 할 때와 매도 할 때의 가격 스프레드(차이) 등까지 고려하면 마이너스(-) 15%에서 시작하는 투자다.
그럼에도 고액 자산가들은 골드바에 대한 구애를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보유 후 처분할 경우 증여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시중은행 한 PB는 "수익률만 놓고 보면 실물을 살 이유가 없지만, 금을 실제로 손에 쥐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고객들이 각자 집에 골드바를 보관하는 것은 아니고 통상 은행의 대여금고에 맡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