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인베스코, 브라질 멕시코 등 유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극심한 매도에 시달리는 이머징마켓 채권에 월가의 ‘입질’이 포착돼 주목된다.
관련 펀드에서 기록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인베스코와 핌코 등 월가 기관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을 갖춘 신흥국 기업 및 국가의 채권을 매입하고 나섰다.
미국 대선 이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9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펀드의 자금 유출액은 66억달러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승리로 미국 금리와 달러화가 동반 급등하면서 이머징마켓 채권의 리스크가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프로그램에 의존해 운용되는 펀드가 해당 채권을 공격적으로 팔아치웠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부 신흥국의 채권 금리가 연초 이후 최고치로 치솟자 월가 투자자들은 이를 매수 기회로 판단, 반색하고 있다.
아비 후퍼 인베스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소위 로봇들이 이머징마켓 채권시장에서 ‘묻지마’ 매도를 연출하고 있다”며 “펀더멘털을 근간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매니저들로서는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 러시아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그는 평가했다.
대표적인 채권 펀드 업체인 핌코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펀더멘털 측면의 강점을 지닌 신흥국 채권이 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
마크 키셀 핌코 펀드매니저는 “미국 대선 이후 일부 신흥국 채권이 과매도 영역에 진입했다”며 “브라질을 포함해 일부 지역의 저가 매력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신흥국뿐 아니라 전세계 채권시장이 대선 이후 강한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성장률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채권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 것.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존의 계획보다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10년 만기 멕시코 페소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최근 7.44%까지 뛰었다. 이는 5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 무역주의 행보를 감안하더라도 채권 가격 하락이 지나치다는 진단이다. 나아가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 미국과 교역 규모가 제한적인 국가의 채권도 동반 급락했다. 헝가리의 유로본드 수익률은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옥석 가리기를 통한 저가 매수 전략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