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1주일간 유동성 채권에서 주식으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슬로건이 주식시장에 정확히 들어맞는 양상이다.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대적인 자금 이동이 가시화, 트럼프 당선자가 이른바 자금대순환의 트리거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한 주 사이 글로벌 채권펀드에서 18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 나온 반면 주식펀드로 310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미국 대선 직후 한 주 동안 대표적인 전통 자산의 유동성이 급반전을 이룬 셈이다.
최근 1주일동안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규모는 사상 두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머니마켓펀드에서도 14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달리 글로벌 주식펀드로 밀려든 자금은 주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유동성 대순환은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는 한편 금리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결과다.
멕시코 주식펀드는 트럼프 당선자의 강경한 보호 무역주의 기조에도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러시아 주식펀드로도 약 1년6개월래 최대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이머징마켓 현지 통화 표시 펀드에서 2013년 이른바 테이퍼 발작 이후 최대 자금이 빠져 나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캐머론 브랜트 EPFR 리서치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투자 자금이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을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수혜가 예상되는 섹터 및 지역과 타격이 우려되는 곳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상황은 약 1년 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예측한 자금대순환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은 유동성의 판도변화가 앞으로 더욱 뚜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프리스의 케네스 챈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대적인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BofA가 묘사했던 ‘폭력적인’ 자금대순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채권시장에서 ‘대학살’이 일어나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전후로 10거래일 사이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8일에 걸쳐 상승세를 나타냈고, 세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유동성의 단기 급반전을 놓고 일부 IB는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UBS의 줄리안 에마뉴엘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투자 심리를 뒤흔들었고, 이는 변동성 폭등과 공격적인 자금 이동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