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집과 땅 거래를 중개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주택 규제대책으로 인해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며 중개 먹거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99만원 복덕방 변호사’를 내세우며 중개업 진출을 선언한 법무법인의 중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려서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열린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 부동산 공승배 대표 변호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열린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 부동산 공승배 대표 변호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
공승배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관할 구청에 중개사무소를 개설·등록하지 않고 트러스트 부동산을 운영해 공인중개사 또는 유사명칭을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중개사무소를 개설·등록하지 않은 채 부동산거래 관련 광고를 한 혐의도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7명의 배심원 중 4명은 무죄, 3명은 유죄 의견을 냈다. 이 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 변호사가 다른 사람에게 일정한 보수를 받고 중개업을 했다거나 중개업을 하기 위해 표시·광고했다는 점, 부동산 중개 등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트러스트 부동산은 “이번 무죄 판결은 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국민 선택권 확보를 염원하는 소비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공인중개사 중심의 부동산 거래 시장이 가진 법률 전문성 부족, 과도한 중개수수료 등 고질적 문제점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합리적인 수수료와 전문 법률자문으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즉시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 판결은 법조계와 변호사만들 위한 판결에 불과하며 대한변협의 하수인 노릇을 한 담당재판부는 사퇴해야 한다”며 “당연히 검찰은 항소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국 36만 공인중개사와 100만 중개가족 모두 총 역량을 동원해 총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1심 판결로 3심까지 이어질 경우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나 부동산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법원이 공인중개사만의 영역으로 생각됐던 부동산 중개업에 변호사들이 대거 뛰어들 여지를 줘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판결은 먹고살기 어려운 법조계가 주택경기가 잠시 살아난 틈을 타 영역을 침범한 것을 용인해 준 것”이라며 “우리도 중개 관련법을 공부하고 시험을 봐 정부의 정식 자격증을 받은 전문가이며 중개수수료도 법이 정한 대로 받지 않느냐”고 말했다.
먹거리를 나눠야할 처지에 놓인 중개사들은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번 배심원 판단에서도 나왔듯 상대적으로 저렴한 변호사의 중개서비스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만만찮아서다. 자칫 지나치게 강하게 대응할 경우 경쟁하지 않고 비싼 수수료를 독점하려 한다는 여론의 역풍이 고민이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공인중개사들의 걱정은 변호사의 ‘업역 침범’에만 있지 않다.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시장 규제 칼을 빼들었기 때문. 실제 주택시장은 잇따른 정책 발표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 주택거래 감소는 공인중개사들에게 치명적인 먹거리 감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9만1612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6.3% 감소했다. 올해 월별로도 지난 2월 5만9000여건에서 지속적으로 늘던 거래량이 9월 들어 처음으로 줄었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정부가 비정상적인 청약시장 광풍을 잡겠다며 지난 3일 발표한 ‘11.3 주택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택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에서 이전보다 수천만원 낮은 호가의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대책 발표 이후 이 지역 주요 아파트 호가가 3000만~4000만원 낮아졌고 급매물이 나와도 손님들이 더 내려갈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물으며 도장을 잘 꺼내려 하지 않는다”며 “관망세가 짙어지며 실제 거래까지 가는 경우가 줄어 우리 밥벌이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