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차례 매각 실패..인수가격 낮춰 내년 재도전
신용등급 낮고 투자여력 부족해 경쟁력 약화 불가피
[뉴스핌=이동훈 기자] 올해 매각이 두 차례 무산된 경남기업이 당분간 인수합병(M&A) 계획을 접고 독자생존의 길을 걷는다.
앞서 경남기업은 자회사 분리매각 등 M&A 흥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잇달아 매각에 실패했다. 같은 조건으로 입찰에 나서는 게 무의미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 변제로 인수 가격을 낮춰 내년 다시 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남기업 채권단은 경남기업의 기업 매각을 내년 상반기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올해 매각 추진이 2차례 실패한 만큼 단기간 재매각 일정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채권 변제 등으로 몸값을 낮춰 내년 매각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첫 번째 매각 실패는 자회사 수완에너지와 통합 매각을 추진한 게 주된 이유로 분석됐다. 지난달 두 번째 매각에는 수완에너지와 분리 매각 방식으로 M&A를 진행했으나 결국 본입찰에는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일단 경남기업은 연초 확정된 회생계획안 대로 채무를 상환한다. 올해 갚아야 할 채권 규모는 520억원. 이 중 310억원은 이미 갚았다. 연말까지 나머지 210억원을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변제 자금은 내부적으로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내년 갚아야 할 채권 금액은 연말 결정한다.
경남기업이 채권을 일부 상환하면 회사 인수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이 회사의 인수 가격은 1500억원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높은 몸값도 새로운 주인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건설업황이 부진한 데다 대형사와 중견사 간 양극화가 심해 투자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채권 변제를 본격화하면 내년 몸값은 1200억~1300억원 정도로 낮아질 것이란 게 회사 측 생각이다.
하지만 M&A가 장기전에 돌입한 만큼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악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으로 꼽히는데 신규 수주가 없다보니 ‘먹거리’가 급감했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어 건축, 주택 등 민자 사업의 독자적인 수주가 사실상 어렵다. 신용등급이 낮고 자금 동원능력이 떨어져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추가적인 조직 및 인력 축소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회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직원수는 493명이다. 1년전(740명)과 비교해 33.3% 줄었다. 수주 잔액이 바닥을 드러내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다. 인력 감축은 인수 기업에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욱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이탈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경남기업은 최근 M&A 시장에 나온 건설사 중 인수가격이 1500억원 정도로 가장 높고 주택사업을 활발히 전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2차례 연속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인력 감축, 채권 변제 등으로 몸값을 1000억원 정도로 낮추면 M&A 가능성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