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고심 끝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민자사업 부담
서울시,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해 재추진..개통지연은 불가피
[뉴스핌=이동훈 기자] 위례신사선 경전철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삼성물산이 사업 추진을 포기했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하는 만큼 사업 위험성이 크고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사진=김학선기자> |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8일 서울시에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에서 빠지겠다고 통보했다. 삼성물산 측은 사업제안서 마감 시한인 오는 31일까지 서울시에 사업 철수에 대한 공식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이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8년 만에 사업 철회를 선택한 것이다.
위례신사선 경전철은 약 1조43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민자로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 10개 중 서부선(새철역~서울대입구역, 사업비 1조6191억원)과 동북선(왕십리역~상계역, 사업비 1조5754억원)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크다. 총연장 14.83km로 위례중앙역~유통단지~학여울역~신사역 등 11개 정류장을 잇는다.
삼성물산이 경전철 사업을 포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성 부족이다. 애초 삼성물산이 제안한 노선은 위례신도시에서 강남구 삼성동과 신사동, 한남대교를 거쳐 용산을 잇는 총 20km 자기부상철도 건설 사업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고 서울시가 ‘도시철도 종합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으로 바뀌었다. 노선 축소로 사업성은 불투명해졌고 개발 사업에 참여할 필요성도 옅어졌다.
지난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가 폐지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MRG는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는 도로, 지하철 등의 통행료 수입이 예상치보다 적을 때 사업자에게 약정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는 상황해서 민간 기업들에 안전장치로 여겨졌다.
막대한 투자금도 걸림돌이다. 민자 투자기업은 사업비의 최소 50%를 부담해야 한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최소 7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나머지는 국비와 시비, 위례 신도시 조성 분담금 등으로 조성한다.
게다가 삼성물산이 해외공사 수주를 제외하고 국내 토목과 건축, 건설 공사의 수주에 소극적인 점도 경전철 사업을 포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근 2년간 주택사업의 신규 수주가 없을 정도로 사업을 보수적으로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이 고심 끝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위례신사선 경전철의 개통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롭게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공사비 지분 비율 결정, 민자 적격성 검토, 사업 인허가, 착공 등 절차도 많이 남았다. 서울시는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용산 개발과 연계한 사업으로 애초 관심을 가졌으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서 발을 빼게 된 만큼 대규모 민자사업에 참여할 동기부여도 줄었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