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희준·안병수·김영철·강백신 등 '좌천성 발령'
중앙지검 1·2차장에 모두 여검사
檢 내부선 "나름 합리적 인사" 평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정부의 첫 검찰 중간간부(차·부장검사) 인사가 단행됐다.
이번 인사는 예상했던 것처럼 지난 정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대거 좌천됐다. 다만 나머지 인선은 앞선 문재인·윤석열정부 시절 인사보다 정치적으로 덜 치우쳐 있고, 실력 면에서 무난한 인사가 이뤄져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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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 이재명 수사·탄핵 검사들 대거 고검 검사행
법무부는 21일 고검검사급 검사 665명, 일반검사 30명 등 검사 695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시행 일자는 오는 27일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대거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검 검사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우선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엄희준(52·사법연수원 32기) 부천지청장은 광주고검 검사, 안병수(52·32기)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부산고검 검사, 김영철(51·33기) 서울북부지검 차장은 대전고검 검사, 강백신(34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대구고검 검사로 각각 발령이 났다.
엄 지청장과 김 차장검사, 강 차장검사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대상으로 거론했던 인물들이다. 엄 지청장과 강 차장검사는 과거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이희동(54·32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도 부산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공봉숙(50·32기) 2차장검사, 이성식(49·32기) 3차장검사도 서울고검 검사, 대구고검 검사로 각각 좌천성 인사가 났다. 32기 중 기획 분야 에이스로 평가받던 박승환(48·32기) 1차장검사는 의원 면직됐다.
한 부장검사는 "그동안의 성과나 실력을 봤을 때 좌천성 인사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인사가 적절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면서도 "다만 애초 상당히 정치적으로 치우친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일부 좌천성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는 실력 면에서 나름 합리적인 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 기득권을 없앤다는 이유로 실력이 부족했던 검사를 끌어올린 인사, 윤석열정부 시절 특수통 기조를 강하게 유지했던 인사에 비해 훨씬 무난하고 치우쳐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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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핌DB] |
◆ 첫 여성 중앙 1차장검사 탄생…"진보 정권 여검사 우대 기조 부활"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전문성과 실력, 인품을 두루 갖춘 여성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다수 발탁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인사 직후 법무부·대검·중앙지검의 차장·부장급 여성 검사 비율은 25%였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42%로 대폭 증가했다.
중앙지검 1차장검사에는 최재아(47·34기)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이 보임됐다. 그는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차장검사 중 최선임이자 검사장 1순위로 꼽히는 중앙지검 1차장검사의 중책을 맡게 됐다.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최 지청장은 2005년 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를 거친 뒤 김천지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앙지검 나머지 차장검사들도 모두 기획통으로 전면 배치됐다. 2차장검사는 장혜영(49·34기) 부산서부지청 차장검사, 박준영(46·34기) 수원지검 형사1부장검사, 4차장검사는 이준호(48·34기) 중앙지검 공보담당관이 각각 보임됐다. 장 차장검사 또한 여성 검사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수가 낮아질수록 여검사의 비중이 커지고,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며 "인사 때마다 여검사를 부각하는 내용이 계속 나오는데 특별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때 여검사 우대 기조가 있었다가 윤석열정부 때 사라졌었다. 진보 정권이 보통 여성 우대 인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인사도 그런 측면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나름 합리적인 인사로 평가할 수 있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앞선 검사장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성격이 강한 검사들은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검찰이라는 조직은 없어질 조직이고, 그런 면에서 간부로 있으면서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검사보단 성격이 조금 더 유한 인선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