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 수주잔액 전년대비 두자릿수 감소
주택사업 신규수주 및 땅 매입 난항..SOC 예산 축소도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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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중견 건설사들이 공사 수주잔액 감소로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업황 부진에 따라 국내 건축건설부문 수주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수주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개발도 감소하고 있어 중견 건설사들은 ‘먹거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 중견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라와 태영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의 수주잔액이 크게 줄었다. 기존 수주 현장은 공사 진행에 따라 매출에 반영하고 있지만 신규 수주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한라는 지난 6월 기준 자체사업을 포함한 전체 수주잔액이 3조398억원이다. 전년동기(4조375억원) 대비 24.7% 감소했다. 신규 주택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수주잔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총 사업비 2조원 규모 경기도 시흥배곧신도시 아파트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주액 고갈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은 작년 6월 기준 2조1200억원의 수주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1년전(2조4800억원)과 비교해 14.5% 줄어든 금액이다. 이 회사는 민간 주택사업 외형이 많이 감소했다. 지난 2014년 위례신도시 A2-8BL블록 수주 이후 신규로 따낸 사업이 없다.
한신공영은 수주 잔액이 3조7633억원에서 3조1997억원으로 1년새 14.9% 감소했다.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부문 사업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주요 사업 중 내년 4곳, 2018년 3곳이 준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같은 기간 두산건설, 동부건설, 경남기업 등도 건축·건설 부문의 부진으로 수주잔액이 쪼그라 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수주잔액 부족이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재건축 사업은 상위 건설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들도 일반적으로 시공사 입찰에 시공능력순위 20위권 안의 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실질적으로 10위 안에서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자체사업을 할 땅도 부족하다. 지난 2014년 정부가 ‘9·1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3년 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 매각을 제한하자 중견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을 할 땅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로와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다. 내년 SOC 예산은 올해 대비 8.2% 줄인 21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향후 5년 간 연평균 6%씩 줄일 예정이다. 주택사업과 함께 SOC 사업이 중견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라는 점에서 향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중견 건설사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부터 중견사들의 일감 부족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돼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린 데다 앞서 수주한 사업장이 적지 않아 표면적으로 내실을 강화할 수 있는 시기를 보냈다”며 “하지만 주택사업의 신규 수주가 한동안 끊겼고 사업성을 갖춘 땅 매입도 어려워 내년 사업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SOC 사업은 가장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인데 예산까지 줄어 출혈 경쟁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