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전향한 시크릿 출신 한선화, 포미닛 출신 허가윤, 남지현, 권소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장주연 기자] 지난주 아이돌 멤버들의 소속사 이적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시크릿을 탈퇴한 한선화가 화이브라더스와, 포미닛 전 멤버 허가윤과 권소현이 BS컴퍼니, 935엔터와 각각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의 소속사 이적은 사실 놀라운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몸을 옮기는 게 자연스러운 업계 흐름이다. 다만 이들의 이적에는 눈에 띄는 차이점이 하나 있다. 새 소속사가 배우 매니지먼트라는 것. 즉,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 소속사 이적이 아닌 배우로 전향을 의미했다. 직장인에 빗대자면 이직이 아닌 전업인 셈이다.
한선화의 새 둥지가 된 화이브라더스만 봐도 그렇다. 화이브라더스는 김윤석, 유해진, 주원, 김상호, 유승목, 이동휘 등 굵직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회사다. 허가윤이나 권소현의 새 소속사는 물론, 포미닛의 또 다른 멤버 남지현과 계약 논의가 오가는 아티스트컴퍼니 역시 후배 육성을 목적으로 정우성, 이정재가 설립한 배우 전문 기획사다.
카라 출신 한승연·박규리·구하라, 엠블랙 출신 이준, 나인뮤지스 출신 민하, 애프터스쿨 출신 유소영·이주연, 에프엑스 출신 설리, 티아라 출신 류화영 등 이들보다 먼저 그룹을 탈퇴, 배우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배우로 새출발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이들의 배우 전향 성공 여부와 가능성이다.
영화 '부산행'에 출연한 원더걸스 출신 배우 안소희 <사진=NEW> |
사실 요즘은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시대다. 앞서 언급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그룹 탈퇴 전까진 대표적인 ‘연기돌’로 불렸다. 이 말을 짚고 가는 건 연기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리 낯선 그림은 아니라는 걸 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룹 타이틀을 완전히 떼는 순간 대중의 잣대는 냉정해진다. 연기돌 때와는 온도 차가 크다. 그룹명이 영광스러운 훈장에서 떼기 힘든 꼬리표가 돼버리는 것도 이때다. 원더걸스 탈퇴 후 BH엔터테인먼트를 거쳐 키이스트에 몸담은 안소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안소희는 얼마 전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일곱 명의 주연 배우 중 홀로 연기력 논란을 자초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은 “원더걸스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감쌌다. 연기가 대단히 훌륭했다고 보진 않지만, 연상호 감독의 말에는 제법 동의한다. 안소희가 원더걸스라는 이유로 과소평가 받은 건 사실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 활약 중인 배우 한승연과 류화영, 안방극장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아이돌 출신 배우 서현진과 황정음(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JTBC '청춘시대', tvN '또 오해영', MBC '운빨로맨스' 방송 캡처>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그 방법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후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만나는 것, 단 하나뿐이다. 식상하고 융통성 없는 FM 방식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배우에 한 발짝 다가간 이들이 이미 존재한다. 한승연과 류화영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청춘시대’에 나란히 출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꼼꼼한 사전 준비로 연기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안정돼있었고, 캐릭터는 제 몸에 딱 맞았다. 자연히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황정음이라는 좋은 예도 있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으로 러블리한 매력을 뽐낸 황정음은 이를 주무기로 로맨스(혹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섭렵에 나섰다. 실제로 이후 황정음이 출연한 드라마 ‘비밀’(2013), ‘킬미, 힐미’(2015), ‘그녀는 예뻤다’(2015), ‘운빨 로맨스’(2016)는 모두 히트했고 그는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으로 만들며 대표 로코퀸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 연예계 한 관계자는 “배우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무대 위 잔상을 모두 잊게 해줄 만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맞춤옷을 입는 게 가장 중요하다. 비중이나 작품 버짓은 그 후 문제다. 물론 연기력이 기반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욕심만 부려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동시에 자신이 더 이상 아이돌의 멤버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