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활황 속에 최하위 등급 발행 7년래 최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이후 회사채 시장이 훈풍을 내면서 발행 비용이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미국 정크 등급 기업들의 발행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용 등급이 바닥권인 고위험 기업들은 돈 잔치 속에서도 자금줄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의 고수익률 추구가 두드러지지만 회사채 시장의 옥석이 엄격하게 가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최하위 신용등급으로 분류된 미국 정크 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이 12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크게 고조됐던 2009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채권 투자 광풍이 불었지만 신용 리스크가 높은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올들어 전세계 기업의 회사채 발행과 국채 발행 총액은 5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를 감안할 때 최하위 정크 등급 기업들의 발행 실적이 더욱 초라하게 비쳐진다. 하이일드 본드 발행액 가운데 최하위 신용등급의 발행 비중은 6%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셔리프 하미드 알리안츠번스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고수익률 추구가 여전하지만 신용 상승 사이클의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며 “이 때문에 디폴트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기업들의 회사채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엄격한 투자 원칙이 맞물리면서 고위험 채권이 외면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연초 이후 고위험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떠안았다. 지난 2월 중순 CCC 등급의 회사채를 사들였던 투자자는 약 9%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사모펀드 업계의 기업 인수에 동원되는 레버리지 바이아웃이 급감한 것도 최하위 정크인 CCC 등급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데이비드 데보스 블랙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돈잔치를 벌였지만 리스크가 높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하이일드 본드 채권의 매수 열기가 꺾이면서 파장이 주식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반적인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주가에 하락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