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에 대응매뉴얼·사이버 교육
계간지는 폐간·우회 발행
[뉴스핌=김지유·송주오 기자]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정부기금 수탁이나 외환업무 수행이 '공무 수행 사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주시하며, 일단은 소극적으로 해당 영업에 나설 전망이다. 또 각 영업점에 매뉴얼을 내려보내거나 사이버 교육을 실시하고, 발행인이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보·계간지 등 간행물을 폐간하거나 외주를 주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대책들을 마련 중이다.
◆공무 수행 사인 해당하나 유권해석 요청
당장 은행 영업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받게 될 부분은 정부의 기금 수탁이나 외환 관련 업무다. 김영란법에는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 위탁받은 법인, 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은 김영란법에 적용을 받는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은행들은 기금 수탁이나 외환 관련 업무가 이런 '공무 수행 사인'에 해당하는지 은행연합회를 통해 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한 은행권 법무팀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해당 내용과 관련해 질의사항을 보내놓은 상태"라며 "중대한 사항이기 때문에 쉽게 해석을 받기 보다는 은행연합회에서 직접 권익위를 찾아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로 했는데 현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단 해당 업무를 소극적으로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해당 업무들이 공무 수행 사인에 해당된다고 해석이 내려오면 은행원 대부분이 김영란법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해당 영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 <사진=김학선 기자> |
◆영업점에 매뉴얼·사이버 교육, 계간지는 폐간·우회 발행
이밖에 은행들은 각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들과의 영업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매뉴얼을 내려 보내고, 일부는 사이버 교육도 시행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부 법무팀과 외부 법무법인 자문 등을 통해 권익위원회 해설서를 토대로 한 관련 매뉴얼을 제작했다. 이를 각 영업점에 공문으로 내려 보내고, 사이버 교육을 시행해 법안 내용을 숙지토록 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법무팀을 활용해 문의사항을 처리 중이다. 다만 큰 계약건의 경우 법무팀에서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법리 검토를 받기로 했다.
발행인 등이 언론인으로 분류돼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발간지도 폐간하거나 외주업체를 통해 발간키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계간지 '하나은행'과 PB고객 대상의 '골드클럽(GOLD CLUB)'을 9월호 이후 폐간했다. 신한은행도 생활정보지 'PWM'을 9월호를 끝으로 폐간키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골드 앤 와이즈(GOLD & WISE)', '투체어스(Two Chairs)'를 외주업체를 통해 발행키로 했다. 이럴 경우 발행인이 변경돼 김영란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골프행사 전면 금지…은행판 김영란법에 마케팅 비용 '뚝'
골프행사나 자산관리 세미나 등 고객 대상의 초청행사도 조심스럽다. 우리은행은 아예 골프 행사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본인이나 배우자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일 수 있어 현재 골프행사 개최를 전면 금지한 상태"라며 "시간상으로도 촉박하기 때문에 다른 행사로의 대체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영란법과 함께 이른바 '은행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내부통제기준 강화 골자의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7월말 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의 영업이 더욱 조심스러워질 전망이다. 이 개정안은 은행원이 고객에게 3만원 초과 식사·선물을 제공, 20만원 초과 경조비·조화·화환을 제공할 경우 준법감시인에게 사전 보고토록 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을 아예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제한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많이 축소하게 될 것이고 법 테두리 내에서 사은품 제공하는 등 영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