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III 앞두고 발행한 채권에 뭉칫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탈리아를 필두로 유럽 은행권의 부실 문제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파열음을 일으킨 가운데 중국의 슈퍼 부자들이 사실상 긴급 자금줄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안화 하락을 우려해 분산 투자에 나선 중국 고액 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유럽 금융채를 매입, 든든한 자금원으로 부상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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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1일 이후 중국의 자산가들이 유럽 은행권이 발행한 채권 매입을 통해 14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 지역 울트라 부자의 순자산이 북미 지역을 앞지른 가운데 뭉칫돈이 유럽 금융권으로 유입, 이른바 바젤III의 시행을 앞두고 자본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는 은행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면서 중국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내하며 유럽 은행권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벤 사이 JP모간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더욱 공격적으로 추구하는 움직임”이라며 “다른 지역 투자자에 비해 이들은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15억달러 규모로 3.875%의 수익률에 채권을 발행했다. 영국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지난달 7.5% 수익률의 채권을 20억달러 규모로 발행했고, 이 가운데 31%가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매각됐다.
UBS가 발행한 채권도 7.125%의 수익률을 제공, 싱가포르 DBS 그룹의 채권 수익률 3.6%를 크게 웃돌았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보험사의 티어1 채권 평균 수익률이 6.6%로, 아시아 지역의 3.9%를 크게 웃돌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감한 유럽 금융채 베팅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권 영업 여건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도널드 암스태드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 이사는 “유럽 은행권의 채권은 투자 자산으로 매력적이지 않다”며 “ECB의 자산 매입으로 인해 수익률이 무너지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이미 유럽 은행업은 수익성을 상실한 비즈니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 10위권 은행의 이익은 지난 12개월 사이 1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10위권 은행의 이익 감소 폭 5.2%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수익성 악화에도 8월 이후 유럽 은행권이 매각한 바젤III 관련 채권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급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