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회의 실망감에 유로존 국채 '팔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9일(현지시각) 장중 이른바 ‘서브 제로’를 탈피했다. 독일 10년물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난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처음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날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기준 완화를 제시하지 않은 데 따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회원국 국채 가격에 하락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
이날 업계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10bp 급등하며 약 0.02%에 거래된 뒤 상승폭을 축소했지만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이날 수익률의 장중 고점은 지난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급락했던 영국 10년물 수익률 역시 이날 9bp 치솟으며 장중 0.85%까지 올랐다.
만기 8년 이내 독일 국채는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ECB는 매입 대상 국채를 수익률이 예금 금리인 마이너스 0.4%를 웃도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8일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양적완화(QE)의 기준 완화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QE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자산 풀이 바닥을 드러낸 만큼 정책자들이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여전하지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ECB의 부양책 확대를 겨냥한 포지션을 축소하거나 청산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애기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 선을 뚫고 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8일 ECB 회의 결과를 둘러싸고 금융업계의 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모간 스탠리는 ECB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무보증 선순위 은행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부 투자자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기준을 완화하지 않은 것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본격적인 전환이 이뤄지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프레드릭 프레테트 스코샤은행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CB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QE 프로그램을 완화하지 않은 것은 예기치 않았던 결과”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더 이상 엿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유로존 회원국 국채가 일제히 강한 상승 흐름을 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회원국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10bp 이내로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