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스트 이인원' 고민과 함께 檢·경영권 분쟁도 새국면 맞이할듯
[뉴스핌=강필성 기자] 롯데그룹의 분위기가 비통하다.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룹 내 맏형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 된 현재 그 무게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그의 죽음은 롯데그룹을 둘러싼 현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그룹 내부의 '포스트 이인원'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의 향방, 형제간 경영권 분쟁까지 변수가 다양하게 작용하게 됐다는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30일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현재 롯데 수뇌부 사이에서는 검찰 조사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대책은 고사하고 논의조차 중단됐다.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비보에 전 계열사 사장단이 장례위원회에 참가하며 빈소를 지켰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빈소를 두 번이나 찾아 조문을 하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것도 그의 공백이 가져온 충격을 반증한다.
그만큼 롯데 2인자의 부재는 그룹에 적잖은 손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큰 고민은 ‘포스트 이인원’이다. 사실 이 부회장은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올라 있었지만 세부 역할은 컨트롤타워인 그룹 정책본부의 수장이다. 그룹 내 전략, 인사, 인수합병(M&A)부터 대관 등 대소사 전반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제시하는 방향이 곧 길이되고, 이는 신 회장의 ‘복심’이기도 하다. 그는 오너가 아니면서 부회장까지 오른 롯데그룹 최초의 전문경영인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공백은 단기적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신 회장과 정책본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진행될 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역할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롯데 임직원들이 겪는 충격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수사 재개를 예고한 검찰의 상황도 적잖은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검찰은 수사에 큰 차질이 없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여론의 부담과 함께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이었던 이 부회장을 빼고 어떻게 수사를 마무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그룹 2인자의 죽음은 다른 말로 공소권이 사라진 핵심 관계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룹 내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물 중에 수사는커녕 처벌도 할 수 없는 인사가 생겼다는 얘기.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에서 오너를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생겼다고 해석할 정도다.
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마지막으로 롯데그룹의 지속적인 파열음을 일으킬 수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갈등국면에서도 새로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유서에 담긴 “2015년까지 모든 지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내렸다”는 주장이 향후 롯데 수사에 대응하는 논리를 암시했기 때문.
기존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수사를 자신이 경영권을 가져야하는 이유로 삼아왔지만, 이 유서로 인해 상황은 변하게 됐다. 예컨대, 불법적이든 아니든 모든 책임이 신 총괄회장에 있다는 뜻에는 신 총괄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이나 검찰 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의지를 경영권 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동생인 신 회장에게 경영권을 사수할 명분을 줄 수도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이 부회장의 죽음은 그의 의도든 아니든 롯데의 의사결정 과정과 검찰의 수사, 경영권 분쟁의 향방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게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자살은 전문경영인의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그의 선택이 불러온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례 기간동안 멈춰있던 롯데그룹의 시계도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