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및 억지력 차원 도입 검토해야" vs "근본해법 아니다"
[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최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핵추진 잠수함 보유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4일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동해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
핵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 6월11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0'(무수단급)의 고각 발사 성공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앞당겼듯이 지난 24일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방어 및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 군의 무기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시작됐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SLBM은 발사 원점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상미사일보다 더욱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500㎞를 비행하면서 대한민국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겨냥하고 있고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안보에 결정적 위협"이라며 "군 당국은 핵잠수함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원유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SLBM 발사를 사실상 성공했다.그 위협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고 북한의 SLBM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잠수함을 항시적으로 밀착해서 감시해야 된다"면서 "항시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배치해 북한의 SLBM 도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며,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북한의 SLBM 공격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탄도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게 된다면 우리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와 군은 진화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에 대응해서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북한이 어떤 형태로 도발을 하든 그 시도 자체가 북한 정권의 자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고한 응징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 국방부 "북한, SLBM 1~3년내 전력화 가능…'핵잠수함' 도입은 미정"
국방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3년 안에 전력화될 수 있으며 한반도를 넘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향후 북한은 SLBM 실전배치를 위해 진력할 것"이라며 "신뢰도 검증을 위한 추가 발사, 잠수함 작전능력 점검 등 전력화까지 1∼3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거리미사일인) 무수단의 사례를 고려하면, 북한은 현재 상태로도 작전배치를 완료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4월23일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직후 이르면 2∼3년 안에 실전배치할 수 있다고 전망한 예상 시점을 1년 정도 앞당긴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SLBM 시험발사에 대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동해로 고각 발사한 SLBM은 최고고도 500㎞ 이상, 사거리 약 500㎞로, 비행시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특히 "북한은 은밀한 기동이 가능한 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해 생존성 및 사거리 증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직접적 위협이며 미국 본토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며 "북한은 고정·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지상발사 능력에서 잠수함을 이용한 수중발사 능력까지 핵·미사일 운용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가 제시한 SLBM 개발 단계는 '지상사출→수중사출→초기비행→시험발사→전력화'인데 "북한은 2014년 이후 20여 차례의 지상·수중 사출시험과 비행시험 등을 통해 SLBM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군의 대응전략은 일단 한미 양국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운용성 강화와 한국군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 제고다.
국방부는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의 기지 계류와 발진 단계에서 킬체인을 포함한 한미 연합전력으로 타격할 것이라며 "북한 SLBM 발사 단계에서는 한미 탐지자산으로 미사일을 포착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연합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SLBM을 발사 단계에서 포착하는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1대를 추가 도입하고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개량과 장거리·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M-SAM) 개발을 가속화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응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에 대해 "현 상황에 대한 우려 속에서 나온 말로 이해한다"며 "현재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변인은 미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한국 군은 따로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우리 전력 증강 상황에 따라 검토할 부분"이라며 한국 군의 핵잠수함 보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군 당국의 신중한 입장은 핵잠수함 보유 주장이 핵무장론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 군의 핵잠수함 건조 및 전력화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미군의 지원을 받아 일정 기간 미군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 김동엽 교수 "핵잠수함이 SLBM 위협에 대한 맞춤 대응책일 수 없어"
반면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근본해법일 수 없듯이 핵잠수함 도입 자체가 SLBM를 막을 수 있는 '맞춤형 해법'은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군사전문가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결국 핵잠수함으로 SLBM 해법을 몰아가고 있다. 무책임하고 안보무능의 극치"라며 "SLBM 무시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핵잠수함이 무슨 대단한 대응책인양 만들어 그동안 무능함을 일소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핵잠수함이 가진 그 능력의 대단함을 인정하나 그것이 북한 SLBM 위협을 일소할 맞춤 대응책일 수는 없다. 핵잠수함만 가지면 북한 SLBM 위협 다 막을 것 같이 호들갑 떨지 말았으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가지나 안가지나 북한 SLBM 위협 감소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