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 "더 큰 잠수함 개발중…한·미 미사일방어계획 복잡해져"
[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이 지난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으며, 북한이 SLBM 작전 능력을 갖추게 될 경우 한국이나 미국에서 추진하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미사일방어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6일 '빠른 속도로 개발 완성되는 SLBM'이란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SLBM 개발을 직접 발기하고 무려 십여 차례나 SLBM 시험발사장에 나와 국방과학자들과 의논하고 문제해결의 대책도 세웠다"며 실전배치를 앞둔 최종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조선(북한)은 지난해 5월 SLBM의 수중사출시험을 성공시킨 뒤 (지난 4월) 불과 1년도 못되는 기간에 비행시험단계에 진입하는 빠른 개발속도를 과시한 데 이어, 이번에 보다 높은 단계의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시험발사한 SLBM에 대해선 "최강의 무장장비, 최상의 핵전쟁 억제력으로 일러지며, 잠수함에서 발사된 탄도미싸일을 요격하는 기술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그 은밀성과 작전지속능력으로 인해 SLBM은 상대방의 핵선제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아 바다 속에서 상대방의 전략거점에 보복타격을 가하는 최종무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탄두를 장착할 수준의 SLBM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배수량이 큰 핵잠수함이 있어야 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SLBM 개발뿐만 아니라 '우리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의 건조도 직접 틀어쥐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에 대해선 "조선의 자위적 국방력 건설은 애당초 유엔이나 큰 나라들의 허가를 받고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미국의 핵전쟁위협이 계속되는 한 조선은 핵무기 병기화 사업과 탄도로켓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성-10'(무수단급) 시험발사의 성공에 이어 실전배치에 접근한 SLBM의 기술이 과시되면서 이제는 그 어떤 미사일요격체계를 갖춰도 조선의 보복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주장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 24일 오전 5시30분께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한 SLBM은 약 500㎞를 비행한 뒤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안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SLBM 시험발사를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버뮤데스 "북한, 미사일 탑재용 큰 잠수함 개발중…이번 SLBM, 잠수함에서 발사한 듯"
한편 조선신보가 "김정은 위원장이 SLBM 개발뿐만 아니라 '우리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의 건조도 직접 틀어쥐고 있다"고 전한 것과 관련,
실제로 북한이 탄도미사일 탑재용으로 개발 중인 '신포급' 또는 '고래급' 잠수함보다 더 큰 잠수함을 현재 개발 중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됐다.
정보분석업체 올소스 애널리시스의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북한 전문매체 '38노스'(홈페이지: http://38north.org/)가 주최한 전화간담회에서 "기존 잠수함보다 더 큰 새 잠수함을 만들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몇 년 전부터 그런 잠수함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버뮤데스 연구원은 이날 북한이 동해상에서 발사한 SLBM이 수중 바지선이 아니라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북한에서 SLBM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을 때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 장치된 발사대에서 발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지난 4월 북한의 추가 SLBM 시험발사 때는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었다.
버뮤데스 연구원은 "북한이 계속해서 장기적인 계획 아래 SLBM 체계를 갖추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꾸준히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만약 SLBM 작전 능력을 갖춘다면 한국이나 미국에서 추진하는 미사일방어 계획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빈도를 감안할 때 북한은 'KN'급 SLBM을 매년 적어도 5발 이상씩 만들어낼 능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 38노스 "북한, 동창리 로켓 발사장 경비 강화"
그는 또 25일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5일자 위성사진 및 그동안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로켓 발사장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발사장 주변에 경계선을 세우고 담을 건설하는 등 경비를 꾸준히 강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버뮤데스 연구원은 경비 강화는 발사장 시설 건축 계획과 연관돼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조만간 국가우주개발국(NADA)과 보위사령부(KPA)소속 과학자, 엔지니어, 기술자 및 지원 인력들이 더 배치될 수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이 해외 외국 정부가 발사장 주변 지역 출신 탈북자들을 이용하거나 정보원을 투입해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버뮤데스에 따르면 2000년 발사장 건설 초기 단계에는 경비초소 한 곳과 입구 등이 있었는데, 2004년 12월에는 북동쪽으로 약 2.6km 떨어진 곳에 또다른 경비초소와 입구가 들어섰다. 또 경비초소와 입구 양쪽에 펜스가 세워졌다.
2011년 초쯤에는 순찰도로를 확대하고 펜스를 세우는 등 발사장 외곽 경계선에 대한 개선이 느리게 진행됐고, 2015년 5월에는 동창리 북동쪽 외곽 경계선에 새로운 경비초소와 입구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공사가 마무리됐고, 내부 보안 경계선을 따라 기존 순찰 도로 확대 및 펜스 건설 공사가 이뤄졌다.
현재 외곽 경계선은 27km 길이로, 28㎢ 면적과 12개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내부 경계선 길이는 총 19km이고, 15㎢ 면적과 서해 로켓 발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계선은 해안까지 이어져 기존 해안 방위도로와 연결돼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