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추기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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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최근 증권업계의 경쟁전략이 '규모'에서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자기자본이나 자산규모 등 단순한 외형 경쟁에서 벗어나 조직 운영 및 전산시스템, 네트워크 등을 강화하는데 경영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이 바탕이 돼야 높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이 향후 증권사 M&A나 인력스카우트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월 17일 매각안내서(Teaser Letter) 발송으로 시작된 하이투자증권 M&A는 아직 뚜렷한 인수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에 1년만기 어음 발행을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정부의 '초대형 IB육성방안'이 나왔다.
이 때만 해도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달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후보군으로 꼽혔던 한화투자증권이나 메리츠종금증권은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한국투자증권도 유상증자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 뜨지 않는 하이투자증권 M&A, 이유는 경쟁전략 변화
이같이 하이투자증권 M&A가 쉽게 달아오르지 않은 이유를 IB업계에서는 증권업계의 경쟁전략 변화에서 찾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WM), 부동산, 리서치 등 업무분야에서 두드러진 특징이 있어야 하고 또 이 특징이 인수를 시도하는 회사와 잘 맞아들어가야 한다"면서 "규모 키우기 경쟁의 메리트가 희미해진 지금은 하이투자증권 인수후보는 부문별 플랫폼 궁합이 잘 맞는 증권사나 신규진입을 노리는 외국계 자본으로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 전산시스템, 조직문화, 인력, 네트워크 등이 높은 성과를 지속하게 할 뿐 아니라 인접사업분야와 보완적인 성과도 낼 수 있는 기반을 말한다.
한국투자증권도 플랫폼 차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에 관심을 보였을 때도 트레이딩이나 지점망 등 강점이 한투증권과 일치해 해당 부문의 역량 강화가 실질적으로 가능한가도 문제였다.
여기에 구조조정을 우려한 각 증권사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하이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한투증권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4조원을 넘기는 것 이외의 효과는 별로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엽업부분별 플랫폼 궁합이 맞지 않고 특히 향후 시장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이미 구축된 자산을 인수하는 것 보다는 증자를 통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산을 새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전략이 '규모'에서 '플랫폼'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M&A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다는 것. 이런 변화 조짐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M&A가 진행될 때 한 대형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의 IB인력을 대거 스카웃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더 높은 연봉을 제시했어도 IB인력 중 한 명도 스카웃에 응하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 고위임원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라며 "결국 우수 인력들이 그냥 보수 수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네트워크와 업무시스템 즉 플랫폼이 잘 갖춰진 증권사를 선호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플랫폼 강화 위한 부산한 움직임
규모를 키울수 있는 M&A시장은 한산한 반면 플랫폼 강화를 위한 업계의 움직임은 부산하다. 우선 합병 미래에셋대우는 향후 열린 종합금융투자계좌(IMA)와 부동산담보신탁, 초대형지점 개설 등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50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은 고수익 IB사업에 자본할당을 집중키로 했다. 레버리지와 영업용순자본비율(NCR)비율서 확보되는 여력을 IB사업으로 몰아서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최대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전략변화로 인해 최근 불거지는 ELS 문제와 같이 돈이 된다면 확 몰려가는 쏠림현상도 앞으로는 점차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우리 증권업계는 ELS와 같이 쏠림이 심한 편인데 앞으로는 각자 차별화 플랫폼으로 다른 색깔을 내는 전략으로 이런 문제는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