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격적 부양책에도 경기 전망 흐려
신규 자금 조달 여건 악화 우려도 한몫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천문학적인 현금 자산은 미국 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2분기 중국 기업의 현금 증가분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조달러를 웃도는 현금 자산을 손에 쥔 중국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은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성장률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경영자들의 경기 전망이 여전히 흐리다는 의미이기 때문. 이와 함께 앞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현재 중국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1조2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제외한 수치다.
2분기 현금 자산 증가율은 18%로, 6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의 현금 증가폭을 앞지르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 기업의 현금 보유 규모가 전분기 대비 13% 늘어났고, 미국과 유럽 기업의 증가 폭은 각각 5%와 1%에 그쳤다.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대폭 늘어난 것은 중국 정책자들에게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주는 현상이다.
공격적인 부양책이 기업들의 새로운 프로젝트 및 설비 투자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헤럴드 반 더 린드 HSBC 주식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대규모 현금 보유는 갈수록 커다란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면서 지난 25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기업의 손발을 묶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고정자산에 대한 중국 민간 투자는 지난해 10% 급증했으나 올해 상반기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 투자를 유도할 만한 촉매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중국 기업들이 현금을 쥐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성장 둔화로 인해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 기업의 국내 부채는 3조위안(45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렉스 웅 앰플 캐피탈 펀드매니저는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이라면 자금 운용에 보수적인 행보를 취해야 할 상황”이라며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기에 팍팍한 여건”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를 기피하는 기업들이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환원하지 않을 경우 중국 증시의 투자 매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