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으로 빚 갚으면 경기 보탬 안 돼"…“연말이면 정점”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나날이 늘고 있는 중국의 기업부채가 경기 부양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기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돌려막기식'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지적했다.
13일 자 비즈니스인사이더(BI)가 공개한 투자노트에 의하면,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기업 부채가 양날의 칼과같지만 중국에서는 투자 및 경기 부양이라는 긍정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어 이러한 신용이 어디로 투입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 '중국판 폰지사태'?
골드만삭스 소속 휘 샨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중국기업 부채의 최대 10%가 기이자 상환에 사용됐다”며 “이는 갈수록 신용이 경기 진작에 보탬이 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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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전체 부채 중에서 이전 부채 상환에 사용된 비중은 2014년 8%에서 작년에는 44%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단 5개월 만에 이미 비중이 42%에 육박한 수준으로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만기연장하는 '차환'이 아니라, 기존 부채 상환을 위해 신규 대출을 받는 행위를 아무런 이윤 없이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에 비유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결국 중국기업들이 총 부채 상환에는 실패할 것이며, 지난 2007년과 2008년 영국과 미국서 발생했던 모기지채권 붕괴 및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부채 증가세에 비해 경제 성장이 더 빠를 경우에는 부채 상환도 쉬워지고 신규 대출을 투자나 경기 진작에 쓸 수 있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이와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이미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기업 부채 문제가 상당히 큰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며, 당국이 즉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핑안증권 채권분석 담당 대표 시 러이는 “일부 중국 기업들이 폰지금융 단계(Ponzi stage)에 접어들었다”며 “투자 수익률이 아주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차입이 앞으로 더 늘어 좀비 기업 수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말이면 정점" 낙관론도
다만 같은 날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 연말이면 기업 부채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게 애널리스트들 전망이라고 전했다.
씨티리서치 수석 중국전략가 제이슨 선은 올 상반기 중국의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178%로 주요20개국(G20) 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지만, 부채 규모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초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규 대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 산업 부문에서 신용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 CSI300지수와 MSCI중국지수 편입 기업들의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 선임 애널리스트 토마스 게틀리 역시 “중국 기업들이 점차 리스크 회피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15년 이후 그렇다”며 부채 확대 우려가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이 값싸고 용이한 은행 대출을 이용하곤 하지만 이를 경영에 사용하기 보다는 현금을 들고 있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러한 경계감은 중국 경제 성장세가 계속해서 더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