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로 부실 여신 리스크 한층 고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부채 버블이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 대출보다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실 여신에 대한 경고가 꼬리를 무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상황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단면으로 해석된다.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31일(현지시각)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중국의 부실 여신이 가파르게 증가, 부채 버블이 미국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서브프라임보다 몸집을 확대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실질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신용 증가 폭이 중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47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2500억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는 8년 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수치인 3500억달러를 훌쩍 앞지른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1%포인트 당 신용 규모가 미국 위기 당시 수위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중국의 신용시장은 2008년 이후 폭발적으로 확대, 최근 수년간 실질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요구되는 신용 증가 폭이 미국을 넘어섰다.
또 이번 조사에서 미국 역시 지난해 성장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신용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도이체방크는 강조했다.
중국의 부채 버블이 미국 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은 공격적인 부양책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PBOC)의 지급준비율 인하와 담보 조건 완화 등 부양책이 버블의 몸집을 불린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문제는 과격한 정책이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은 지난해 6.8%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0%에 미달하는 수치다.
올해 1분기 성장률 역시 6.7%로 저하,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률 둔화는 부채 버블의 붕괴 리스크를 더욱 높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다.
도이체방크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중국 금융권이 공격적으로 여신을 확대한 가운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부실 여신이 발생할 리스크가 한층 높아졌다”며 “은행권 대출은 기업 투자와 고용 증가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으로 밀려들어 장부상 수익률을 올리는 레버리지 효과를 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