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사이 대출 20~30% 급증
주가 하락 시 대출자들 투매 나올 가능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증권담보대출이 눈덩이로 불어나 정책자와 시장 전문가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8년 전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부채담보부증권(CDS)와 닌자론과 흡사한 강도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모간 스탠리의 증권담보대출액은 최근 314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 급증한 수치다. 지난 2010년 말까지만 해도 40억달러를 밑돌았던 증권담보대출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뒤 올들어 껑충 뛰었다.
레이몬드 제임스 역시 증권담보대출액이 최근 1년 사이 30% 이상 급증, 총 18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상황은 주요 IB와 지역은행이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증권담보대출 총액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금융 감독기관 중 어디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자들은 대출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 단속에 나섰다. 최근 메사추세츠 증권감독위원회가 모간 스탠리의 증권담보대출 영업 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이 한 가지 사례에 해당한다.
증권담보대출은 고객이 보유한 주식 또는 회사채 평가금액에 대해 최대 70%까지 제공되며, 국채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가 90%에 이른다.
각종 금융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경로는 다양하다. 주식과 채권의 추가 매입이 제한될 뿐 의료비 지출부터 세금 납부, 결혼 비용, 주택 투자 등 대출 자금은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IB 업체들이 증권담보대출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를 통해 이자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뿐 아니라 고객 자금이 경쟁 금융회사로 이전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주식시장이 가파른 조정을 맞을 경우 관련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하락해 대출 담보액 가치가 떨어질 경우 금융회사는 고객들에게 추가 담보물을 요구하거나 기존의 신용 라인을 축소한다.
이 과정에 대출자들이 보유한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고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한편 대출금이 유입됐던 분야의 소비 지출이 위축, 실물경기에 한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경고다.
조쉬 브라운 리돌츠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주식과 채권이 수개월에 걸쳐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금융시장이 전례 없는 영역에 들어서 만큼 잠재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