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국채 강세 꺾여...탈퇴 협상에 따른 대응 필요
[뉴스핌=백진규 기자] 브렉시트가 채권 투자자에게는 약이 됐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주요국 국채 가격은 단기적으로 올랐다. 다만,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어 앞으로는 각국의 펀더멘탈을 분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지난달 24일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자 주요국 채권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주요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루만에 한국(1.627%→1.500%) 미국(1.744%→1.558%) 영국(1.376%→1.088%) 일본(-0.145%→-0.201%) 등에서 하락했다.
개표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EU잔류를 예상하는 시각이 더 많았던 만큼 브렉시트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달러와 엔화 가치는 급등하고 파운드화는 급락했으며, 전 세계 주식은 일제히 폭락했다.
◆국채 강세 랠리, 한달도 채 못 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전문가들은 예상 외로 브렉시트에 대한 경기 회복력이 강했다고 입을 모은다. 강세를 보였던 채권시장도 한 달이 안돼 고점을 찍고 예전 수준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주요 국가들의 채권 금리는 브렉시트 당일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8일 1.369%로 저점을 찍고 반등해 21일 1.537%까지 올라왔다. 브렉시트 당일 금리 1.558%와 비교하면 0.021%p 차이에 불과하다.
영국은 브렉시트 당사자인 만큼 파운드화 약세와 함께 국채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달 8일을 기점으로 강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국채 강세가 더 길게 이어졌다. 10년물 금리는 이달 14일 저점인 1.374%까지 내려갔다가 21일 현재 브렉시트 당일과의 금리 차이는 0.061%p로 좁혀졌다.
우리나라 국채 강세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포함돼 있다. 또한 2020년까지 국제회계기준(IFRS 4)에 맞추기 위해 보험사들이 국채 장기물을 매입해야하는 것도 이유다.
일본은 투자, 수출 부진으로 인한 저성장 기조가 채권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이후 일본 기관들이 채권 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 펀더멘탈이 문제… 장기적 관점으로 브렉시트 재조명해야
채권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2년 후의 이벤트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채권시장에 주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고, 이는 채권 시장 강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면서 시장의 반응은 금새 달라졌다. 또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변한 것 자체가 브렉시트의 충격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실물 경기 영향이 점차 가시화 될 것이며, 영국에서 시작해 유럽, 글로벌로 이어지는 2차 충격이 장기적인 국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국채 강세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각국 경제지표와 펀더멘탈의 변화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영국과 EU사이의 탈퇴 협상 과정에 따라 변화하는 각국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