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두 번째 여성 총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영국의 차기 총리에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사실상 결정됐다.
안드레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이 총리 경선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라 메이 후보가 54대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만에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테레사 메이 후보 <사진=블룸버그> |
1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레드섬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총리를 결정하기 위한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의 결선을 포기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에 따라 메이 내무부 장관이 사실상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후임으로 확정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레드섬 후보의 보수당 지지율은 25% 가량으로, 메이 후보의 지지율인 60%에 크게 뒤쳐졌다. 이 때문에 결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주말 보도된 인터뷰에서 레드섬 후보가 메이 후보와 달리 자신은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나은 자질을 갖춘 후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고조된 것도 결선 포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레드섬 후보는 “신중하게 고심한 끝에 최근 지지율은 강력하게 안정적인 정부를 이끄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결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메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메이 후보는 영국의 EU 탈퇴를 수행하기 위한 이상적인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영국의 EU 탈퇴를 찬성했던 레드섬 후보가 물러나고 이를 반대했던 메이 후보가 차기 총리로 정치적, 경제적 혼란기를 진두지휘하게 된 셈이다.
지난달 23일 국민투표 결과 이른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캐머런 총리는 오는 10월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메이 후보의 총리직 이임은 이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MSNBC와 인터뷰에서 “영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아닌 확실성이 필요하며, 앞으로 수 일 이내에 메이 후보가 신임 총리로서 국정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메이 총리와 지난 6년간 함께 일했다”며 “매우 단호한 성품을 지녔고, 결단력이 높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날 차기 총리직에 메이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 데 따라 캐머런 총리는 오는 13일 물러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영국 차기 총리의 윤곽이 잡힌 데 따라 유럽 정계와 금융시장은 앞으로 EU 탈퇴 과정 및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메이 후보는 지난달 총리 후보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내년까지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0조는 영국의 실질적인 EU 탈퇴를 위한 2년간에 걸친 협상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한편 이날 금융시장은 정치권 소식에 반색했다. 무엇보다 영국 파운드화가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였고,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는 1% 이상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