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수익률 신저점 경신…변수는 '지정학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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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글로벌 국채 수익률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 매일 최저치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투자자금이 갈 곳 없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쏠림' 양상을 보이면서, 경고음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불안이 다소 누그러지는듯 하지만, 채권 시장만 본다면 도무지 평온함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브렉시트 표결 이후 이탈리아 은행권 위기가 불거진 데 이어 5일 영국 부동산 펀드들의 환매 중단 사태와 파운드화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신저점을 경신했다. 연초보다 어두워진 금융시장 분위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 정책도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국채시장 인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채권전문가들은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판단을 내리려면 무엇보다 각국의 정치 이슈를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수익률 최저치 기록 속출
5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특히 강했던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1.357%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종가 기준으로도 1.37%로 지난 2012년 7월24일 기록한 1.38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스위스 국채 시장에서는 50년물 수익률이 마이너스 0.0119%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10년물 수익률도 마이너스 0.68%로 사상 최저를 나타냈다.
영국에서는 길트채 10년물이 0.768%까지 떨어졌고 독일과 프랑스, 호주 채권도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이 역대 최저로 밀렸다.
이어진 6일 아시아에서는 일본 국채(JGB) 20년물 수익률이 마이너스 0.005%로 처음으로 제로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12월만 하더라도 20년물 수익률은 1%를 웃돌았었다. JGB 30년물 수익률 역시 0.015%로 마이너스 영역에 바짝 다가섰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연초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연말 전망치를 2.75%(컨센서스)로 봤는데, 최근에는 2.1%로 낮췄다. 독일 분트채 10년물 수익률 연말 전망치도 종전의 1%에서 0.3%로 낮춰 잡았다.
특히 도이체방크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수개월 안에 1.25%까지 밀릴 것이란 전망을 제시해 시장의 관점를 따르지 않고 있다.
주요국 국채 수익률 추이 <출처=블룸버그> |
◆ 추가 완화가 ‘대세’
암울한 경제 상황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 압력을 높이고 있다.
라보뱅크 전략가들은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며 이는 “추가 완화 및 금리 인상 연기 기대감을 높인다”고 말했고, 피델리티 선임 애널리스트 디어크 브란덴버그는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은 추가 완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은행들에 대한 완충자본 비율 완화로 유동성 공급에 나선 영란은행(BOE)은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 거래인들은 영국 경기 침체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달 금리 인하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핌코의 마이크 에이미 수석포트폴리오 담당은 “추가 완화정책과 높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길트채 수익률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며 BOE가 마이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로 수준까지 금리를 낮추고 더 필요하다면 양적완화도 재가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2월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을 준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역시 비상이다. 시장참가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달러 강세가 나타난 영향에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스미토모 미쓰이 자산운용 선임 전략가 이치가와 마사히로는 “일본은행(BOJ)이 이달 28일과 29일 열릴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JGB 국채 수익률도 이러한 기대감 때문에 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 블랙스완? '정치권' 살펴라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들<사진=AP> |
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권은 물론 증시, 환시, 상품시장 변동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발생 확률은 낮지만 터졌다 하면 큰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블랙스완(Black Swan)’을 주의해야 한다며 각국 정치 이슈를 눈 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윌리엄 블레어 전략대표 브라이언 싱어는 “지금과 같은 지정학 환경에서는 단순한 시장 펀더멘털 분석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브렉시트로 정치가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됐다고 말해다.
BNP파리바가 집계하는 유로존 지역 정치 리스크 지수는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 앞으로 18개월 내로 선진국 곳곳에서 열릴 선거 이슈는 시장 파급력을 가질 확률이 높다. 당장 이탈리아는 오는 10월까지 EU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고,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내년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불발됐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가 브렉시트 이후 수면 위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으며,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체코, 폴란드 등으로 탈퇴 도미노가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지니 타누쪼는 “지정학이 분명 글로벌 채권시장의 운전대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