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도도 남아..."LCR 강화 위한 부수 정책"
[뉴스핌=허정인 기자] 외환 거래를 하는 수출입 업체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외화를 받거나 줄 시점의 환율을 미리 정해놓는 계약, 선물환 거래를 이용한다. 은행이 선물환 거래의 상대방이다. 수출업체가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을 때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대비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이 선물환을 매수한다. 은행은 이 선물환 변동성을 헷지하기 위해 달러 현물매도 및 달러 단기차입을 한다.
정부는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 한도를 규제해 왔다. 단기외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30%, 외국계 은행은 150%였다. 정부가 이 한도를 각각 40%, 200%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과 외환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은행은 지금의 규제만큼도 선물환 포지션을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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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
16일 한국은행을 포함한 관계부처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 등 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이 커져서 규제를 완화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지션 한도를 늘려 외화 유입 통로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기존 한도 자체도 다 쓴 적이 없다”면서 “외국계은행은 대부분 100% 미만만 쓰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 외환딜러도 “당사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는 숫자”라면서 “시장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선물환 수요도 점점 적어지는 추세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키코(KIKO) 사태 이후 우리나라 수출업체 대부분은 헤지를 현물 매도로 소화한다”면서 “네고 물량 헤지로 추세가 바뀌어 단기 차입금이 더 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향이 미미한 규제를 정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은행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을 강화하면서 선제적 차원에서 은행에 혜택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LCR 비율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은행에서 빠져나갈 자금에 대비해 은행에 쌓아 놓는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뜻한다. 예컨대 위기 시 외화자금이 100억달러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면 고유동성 외화 자산을 60억 달러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작년 7월부터 40%선에서 감독해 오던 것을 내년부터 60%로 높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 은행은 선물환포지션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면 기업이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는 차원”이라면서 “어떤 특혜를 주기 위해서 완화한다기보단 LCR규제 강화를 위한 부수적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