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볼보 등 차량 등급평가 신청…BMW·재규어랜드로버도 의뢰 예정
[뉴스핌=송주오 기자] 올들어 성장세가 꺾인 수입차 업계가 자동차 보험료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수입차는 보험료가 비싸다'는 인식을 해소해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국내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이 임팔라를 수입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향후 수입차 보험료가 차량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등이 일부 모델에 대한 차량 등급평가 신청을 적극 검토 중이다.
차량 등급평가는 사고 발생 시 손상 정도, 수리 용이성, 부품 가격, 손해율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험료의 기준으로 삼는 제도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수리비와 부품비를 자발적으로 낮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등급평가를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모델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하는 신형 5시리즈를 유력 모델로 꼽고 있다.
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하반기에 출시하는 F페이스의 등급평가를 의뢰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F페이스의 등급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향후 신차 출시에 앞서 차량 등급평가를 검토해 필요에 따라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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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의 차량 등급평가는 지난해 한국지엠이 처음 시작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하반기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임팔라를 수입해오면서 등급평가를 실시, 수입차 평균(5등급)을 상회하는 12등급을 받았다. 이는 최저등급인 1등급과 비교하면 자차보험료가 최대 76만원 낮다.
한국지엠은 이를 마케팅 용도로 적극 활용했고, 지난해 1만대 계약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계는 차량등급 평가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서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수입차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뉴XC90에 대한 등급평가를 의뢰해 진행 중이고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파사트에 대해 차량 등급평가를 받아 보험료가 20% 가량 인하됐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보험개발원에 신형 E클래스 차량 등급평가를 신청했다.
그동안 수입차 업계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면서 '비싸도 잘 팔린다'는 인식이 업계 내 팽배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수입차 업계는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대인 15%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계에서는 보험료 등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올들어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수입차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고객 이탈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기아차의 K7과 한국지엠 말리부, 르노삼성차 SM6 등의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수입차 역성장이 현실화 됐다.
K7과 말리부, SM6는 모두 사전계약으로만 1만대를 넘겼다. 특히 3040대의 계약률이 50%를 넘기며 수입차로 넘어간 고객들 회귀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3040대는 수입차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절대적 고객층이다. 앞서 지난해 불거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역시 수입차 시장 성장세를 주춤하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희비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들어 5월까지 총 65만5875대를 판매,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차는 9만3314대로 2.3% 줄어들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에도 실리를 쫓는 고객들의 경향이 짙어졌다"며 "상품 경쟁력을 높여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등급평가를 받기 위한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차의 고객층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니즈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하를 위한 차량 등급평가도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고객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