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지원금 상한 폐지 추진 정황 포착
공식 절차 무시한 정치적 판단 비판 확산
[뉴스핌=정광연 기자] 시행 20개월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 고위층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10일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 폐지에 대해서 방통위원 간에 어떠한 논의도 없었고 담당 국장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방통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 이는 정책결정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관계자 역시 일각에서 제기한 20% 요금할인제도 할인율 상향 가능성에 대해 “전혀 검토한바가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단통법의 핵심인 지원금 상한 폐지와 20% 요금할인제 개선에 대해 주무기관이 모두 부인한 셈이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
특히 지원금 상한제는 현행 25만~35만원 범위 안에서 방통위가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출고가 이하로 변경할 경우 이통 시장의 비정상적인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단통법은 사실상 그 의미를 잃게 된다. 좀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판매점을 찾아 헤매는 예전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단통법의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언급하며 이미 수차례 지원금 상한제 유지를 강조한 바 있다. 미래부 역시 같은 맥락에서 20% 요금할인제도 변경 불가 방침을 여러번 밝혀왔다. 방통위와 미래부 내부가 아닌 보다 윗선에서 상한제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 위원은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제로 운영중인데 이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리꽂기식으로 수정을 강요하는 행위는 수용할 수 없다”며 “정책의 과도한 정치적 운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역시 급작스러운 단통법 폐지 수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긍정 또는 부정적 영향을 떠나 20개월 동안 유지된 정책이 뚜렷한 이유없이 폐기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혼탁한 ‘규모의 경제’가 다시 한번 이통시장을 뒤덮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출고가에 근접한 지원금을 제공, 사실상 공짜폰을 앞세운 가입자 ‘쟁탈’ 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지출을 만회하기 위한 각종 부가서비스의 난립과 통신 요금 인상 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부인하고 있지만 상한제 폐지가 정부 고위층의 뜻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라며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런 식으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주무기관을 무시하는 처사임과 동시에 민주적 방식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