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 대 홍콩 무역 가장 이탈 가속
[뉴스핌=이승환 기자]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중국 내 대(對)홍콩 무역을 가장한 자산 유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8일 홍콩봉황재경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5월 달러 기준 중국의 대 홍콩 수입액이 전년동기 대비 242.6% 증가했다. 전달 204%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또 다시 신기록을 갱신한 것.
반면 5월과 4월 중국의 전체 수입액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0.9%, 10.9% 감소했다.
《사진=바이두(百度) 이미지》 |
홍콩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송장 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오버 인보이싱'(over-invoicing) 방식을 이용한 편법 외화 반출이 기승을 부리면서 수입액이 왜곡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경영보는 중웨이 전 베이징사범대학 경제학교수를 인용 “수입 허가증을 보유한 업체들이 해외 공급업체에 실제 물건 가격보다 높은 금액이 적힌 영수증을 발행한 뒤, 수출업자가 차액만큼을 수입업자의 해외 계좌에 입금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송장 조작은 중국인들이 당국의 감독을 피해 자산을 반출하는 주요 방식 중 하나다.
앞서 위안화 약세로 인한 자본유출 압력이 극에 달했던 작년 말에도 중국이 홍콩에 치른 수입액이 전년동기 대비 64% 늘었지만 홍콩 세관이 낸 자료로는 같은 기간에 0.9%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유출된 자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해관총서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대 홍콩 수입액규모가 지난해 12월 64.5%에서 이달 203.5%까지 급증세를 나타낸 반면 홍콩 당국이 발표한 대 중국 수출 규모는 매달 5.8%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월스트릿 저널은 “올초부터 홍콩을 통한 허위 무역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며 “최근 그 규모가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 중국의 자본유출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 홍콩 수입액 증가폭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지난달 외환보유액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외환보유액이 3조1917억 달러(약 3691조원)로 전월 대비 279억 달러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과 4월 증가분 170억 달러를 전부 반납한 셈이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조20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UBS이코노미스트 닝장은 “중국 당국이 꾸준히 자금 이동을 단속해 유출 규모가 제한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 5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6% 떨어지면서 등 자금유출 압력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 유 골드만삭스 연구원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의 경제사정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위안화 가치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자본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 압력이 확대됨에 따라 지난달 25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날보다 0.34% 오른 6.5693위안으로 고시, 위안화 가치가 근 5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뜨린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설로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을 확대한 것이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원인으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