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JB자산운용 증권운용본부장 인터뷰
25일 블루밍2호 헤지펀드 설정..이르면 상반기 내 2개 추가
[뉴스핌=이에라 기자] "방향성에 베팅하는 글로벌매크로 헤지펀드로 절대수익을 추구하겠습니다. 지금 좋아보이는 곳에 집중 투자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현금 등의 유동성 비중을 높일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20여년 넘게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떨친 김승현(사진) JB자산운용 증권운용본부장이 헤지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본부장은 대우경제연구소를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러스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신증권 글로벌마켓 전략실장 등을 거친 국내 최고의 매크로(거시경제) 전문가다.
김승현 JB자산운용 증권운용본부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글로벌매크로 헤지펀드, 6% 목표수익률
올해 초 JB운용에 합류한 김 본부장은 본인의 주종목을 살릴 수 있는 글로벌매크로 전략의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사실상 롱숏을 기반으로 한 헤지펀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글로벌매크로를 전면에 세웠다는데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매크로 전략이란 환율, 금리,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방향성 투자에 나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의 성장률이나 부채에 뚜렷한 방향성이 생기는 점을 활용해 투자하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헤지펀드 초기 시장에서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롱숏이 아닌 글로벌매크로를 활용한 펀드를 내놓게 됐다"며 "아직 시장에 흔하지 않는 운용전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설정한 JB 블루밍전문투자형사모증권투자신탁2호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와 국내 주식 부문에 각각 70%, 30% 정도 투자하는 글로벌매크로 헤지펀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현금,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블루밍이라는 펀드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활짝핀', '만발한'이라는 영어 뜻의 의미를 담았다. 사실 김 본부장이 처음 생각한 이름은 스나이프(snipe, 저격)였다. 펀드의 투자 전략에 그 이유가 있다.
블루밍2호는 철저히 수익 기회가 있을 때만 투자한다. 투자 시기는 한두달 정도로 길어도 2개월을 넘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최근 유가나 금값이 상승하고 있는데, 바닥에서 1~2개월 오르는 턴어라운드를 기회로 볼 것"이라며 "현재 좋아보이는 것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이익을 실현하기 때문에 수익이 계단식으로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번을 저격해 맞추는 확률을 70% 정도로 보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수 있다"며 "한 번 맞출 때 10%, 손실이 날 때는 5% 정도 난다고 가정하면 수익은 계단식으로 꾸준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매크로 펀드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를 떨치고 싶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포부다.
펀드는 목표전환형이다. 약 6개월간 6%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수익자들의 동의를 거쳐 환매한다.
1호와 유사한 전략으로 활용되는 블루밍 1호는 월간 기준으로 꾸준히 1% 정도 수익이 났다. 이 펀드는 채권혼합형이라 채권 비중이 약 50% 정도다. 절반은 2호의 운용 전략을 그대로 활용했다. 1호는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서 계열사의 자금만 받아 운용해왔다.
◆ 글로벌 이벤트 많은 6월, 매크로전략 구사가 유리
내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 등 이벤트가 많은 상황은 매크로 전략에 더 유리하다는게 김 본부장의 얘기다. 어떤 자산이 많이 오르거나 떨어지더라도 방향성만 잘 읽는 투자라면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만약 6월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고 중국의 회사채 문제 대책 등이 나오면 안도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동안 짓눌렸던 자산이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본부장은 "집중적으로 투자 기회가 나오면 글로벌 매크로 전략이 아웃퍼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원자재(커머디티), 이머징이 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글로벌 리플레이션(reflation) 환경이 예상되는 점도 글로벌매크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하는 이유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 이르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김 본부장은 "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가가 계속 빠지는 상황에서 고난을 겪었던 업종에서 턴어라운가 생기기 시작하면 지금 어려움에 처한 해운업종도 추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JB자산운용 증권운용본부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향후 종합자산운용사 전환 목표…절대수익 펀드 낼 것
김 본부장은 오래전부터 헤지펀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부터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매크로 전략을 구사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해보겠다는 꿈을 꿔왔다. 물론 전혀 걱정이 없진 않았다. 다른 펀드 매니저들 보다 운용 경력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라는 특성상 김 본부장이 가진 전문성이 어떠한 경쟁력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 본부장은 "헤지펀드는 운용 실력도 중요하지만 리서치 역량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어느쪽이라도 뚜렷한 경쟁력이 있다면 그 헤지펀드는 확실한 경쟁 우위에 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매크로 분야의 리서치 경험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매크로와 국내 주식 운용을 분리했기 때문에 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ETF 부문인 글로벌 매크로 분야는 김 본부장이 담당하고, 국내 주식 운용은 전 맥쿼리운용 매니저 출신인 윤영진 팀장이 맡는다.
이르면 상반기 설정 예정인 헤지펀드 2개에 대해서도 구상을 마쳤다. 3호는 해외ETF보다는 매수 중심의 국내주식 운용 전략인 롱 바이어스(Long-Bias) 펀드이다. 4호는 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공모주 투자 중심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향후 헤지펀드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되면 공모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매크로 헤지펀드를 성공한 뒤,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 헤지펀드 전략을 공유하는 공모형 펀드를 내고 싶다"며 ""향후 10~20년 뒤에도 꾸준히 절대수익이 가능한 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