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던 무리뉴(사진 왼쪽)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을 맡은 판할이 친선 경기에서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AP/뉴시스> |
[EPL] 무리뉴 키운 판할... 바르셀로나에서 맨유까지 ‘스승과 제자’의 뒤바뀐 운명
[뉴스핌=김용석 기자] 판할과 무리뉴의 사이는 마스터와 견습공에 비유된다.
1997년 보비 롭슨 경이 바르셀로나 감독에서 물러났을 때 무리뉴를 포함한 모든 코치진들이 함께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시 34세였던 무리뉴는 "내가 왜 떠나야 하느냐”며 누네즈 바르셀로나 회장 앞에서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보비 롭슨 경의 후임 감독 판할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됐고, 보비 롭슨 경이 무리뉴를 내보내지 말고 잘 가르쳐 보라고 부탁하자 “저 성깔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코치진에 합류시켰다. 이후 판할과 무리뉴는 함께 37년 만에 처음으로 바르셀로나의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스페인컵(현재의 스페인 국왕컵) 우승이라는 더블을 달성했다.
이후 히바우두까지 판할의 제국에 합류하면서 판할-무리누 콤비는 스페인에 적수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무리뉴와 판할은 일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자주 식사를 하는 등 돈독한 시절을 보냈다.
판할은 무리뉴를 단순한 코치로 여긴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독으로서의 기회를 주고 많은 것을 가르쳤다. 2000년 판할은 무리뉴에게 처음으로 감독으로서의 전권을 주고 지역대회에 내보냈고 무리뉴는 판할의 기대에 부응하여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판할의 제국도 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부진으로 막을 내렸다.
판할이 바르셀로나를 떠나면서 무리뉴도 팀을 떠났고, 무리뉴는 포르투칼 벤피카를 만나 정식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후 무리뉴는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 가는 팀마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스승인 판할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14년 5월 판할 감독의 맨유 부임으로 두 사람은 프리미어리그 톱 클럽의 감독 대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그러나 무리뉴는 2015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지 7개월 만인 지난 12월 첼시에서 해임됐다.
무리뉴가 첼시를 떠난 직후부터 무리뉴의 맨유 감독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고 판할은 유령과도 같은 무리뉴의 이름에 내내 쫓기는 처지가 됐다.
현지 매체 미러에 따르면, 마지막까지도 FA컵 우승이면 감독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판할은 최근 뜬금없는 무리뉴의 안부 전화에 자신의 경질을 예감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감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 준 판할 감독을 밀어내고 맨유에 입성한 무리뉴가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모든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맨유는 판할 경질을 알린 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즉시 판할 감독과, 라이언 긱스를 제외한 코치진의 명단을 삭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