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재정보다 한은 발권력 선호...야당 판단 중요
[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총대를 메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논의에 공식적으로 나선 가운데 20대 국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유력 금융통은 정부 방침에 다소 엇갈리는 입장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좌), 채이배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자(우) |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의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28%와 10.11%다.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을 합한 일반은행 평균 14.67%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당장 구조조정을 못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조선, 해운 등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국책은행의 BIS비율이 하락할 여지가 크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부실 여신이 늘면 충당금이 불어나 자기자본이 하락, BIS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1금융권 여신(선박금융 제외) 1조7700억원에서 산은이 1조1080억원, 수출입은행이 500억원을 갖고 있다. 70% 넘게 산은과 수은이 갖고 있는 셈이다. 향후 두 기업이 모두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부실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산은보다 BIS비율이 더 낮은 수은의 경우 산은의 5000억원 현물출자가 500억원 규모의 법인세 문제로 지연되면서 BIS비율이 10%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BIS비율이 최소 10%이상을 넘기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본확충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재정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출자에 나서는 방안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재정에서 100%는 충당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지원 사격'에 나서줘야 한다는 요청이다.
한은은 수은에 직접 출자가 가능하다. 한은은 수은의 지난해말 납입자본금 8조8781억원에서 지분 13.1%을 들고 있다. 하지만 산은에 대한 직접 출자 가능 여부는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산은법상 한은의 산은 출자를 막아놓은 조항은 없다. 산은법 5조는 정부가 100분의 51 이상을 출자한다고 돼 있어 49%에 대해 누가 출자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산은은 상장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한은은 명시적으로 (산은에 대한) 출자 근거가 없어 출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법을 '출자 금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도 엇갈리는 의견이 나온다. 더민주당의 금융통인 최운열 당선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앞으로 부실 기업이 더 많아지면 산은과 수은의 자금 여력이 더 필요해 증자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 방안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이배 국민의당 당선자는 "자본을 확충하는 문제라면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문제로 정부 (구조조정 지원) 방법론이 부채(한국판 양적완화의 산금채 매입)가 아닌 자본으로 바뀐 것"이라며 "자본으로 지원해야 하는지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차원에서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한은에 의지하려는 모양새도 감지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기재부는 재정 적자도 누적돼 있고, 한은이 현금 출자를 하는 게 가장 간편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