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예정가 3524억…국토부 미매각 종전부동산 중 가장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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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승현 기자] 지난 2010년 이후 6년을 넘게 끌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당 오리 사옥의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규모가 커서 값이 비싸지만 업무시설 외 다른 시설은 지을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각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도 변경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 결정권을 갖고 있는 성남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1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LH 오리사옥 매각 작업은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다.
지하철 분당선 오리역과 인접한 오리 사옥은 부지 3만7998㎡, 건물 연면적 7만2011㎡ 규모다. 매각 예정액은 부지 2811억7500만원, 건물 713억1500만원, 총 3524억9000만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리 사옥은 지금까지 팔리지 않은 종전부동산(지방 이전 수도권 공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건축물과 그 부지) 21개 중 가장 큰 건물이며 매각 예정액도 가장 비싸다. 부지는 경기 남양주 영화진흥위원회 촬영소 부지가 가장 넓다.
오리사옥의 초기 매각 예정액은 400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상권이 형성된 지하철 역세권과 넓고 큰 건물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혀서다. 그러나 지난 6여년간 4차례 유찰된 끝에 3500억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국토부와 LH는 이 건물이 팔리지 못한 이유로 부동산 경기를 꼽는다. 이들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워낙 덩치가 큰 물건인데 그간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도 ‘팔릴’ 건물은 매각 예정가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지난달 초 서울 여의도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옛 본사 부지와 건물은 KB국민은행에 팔렸다. 이 물건도 2차례 유찰됐었으나 매각예정가 1438억4000만원보다 오히려 더 높은 금액에 계약됐다. KB국민은행은 이 건물을 허물고 여의도 통합본점을 세울 계획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옛 본사 부지와 건물도 5차례 유찰끝에 지난달 말 588억원에 매각됐다. 매각예정가는 592억7900만원였으며 낙찰자는 금융계열 법인으로 알려졌다. 경기 안양시청 앞에 있는 국토연구원 본사 건물도 최근 병원을 확장하려는 매수자에게 팔렸다.
업계는 LH 오리사옥이 팔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용도 규제 문제를 꼽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이 땅에는 특수용도지역으로 업무, 문화, 산업 시설만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지을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본다. 업무시설이 들어서기에는 오리사옥 땅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가까이에 테크노밸리가 형성된 판교신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옛 도로공사 부지를 활용해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업체들로선 각종 규제완화 및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판교밸리를 두고 이 곳에 굳이 업무, 산업시설을 지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성남시는 용도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성남에 아파트는 충분히 있는 만큼 기존 업무시설이었던 오리사옥에는 똑같이 업무·산업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게 성남시의 입장이다.
국토부와 LH 입장에서도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도 변경을 해달라고 지자체에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용도변경은 당장 이루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LH는 올해 하반기까지 매각이 어려워지면 예정가를 낮춰 매각 추진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국유 재산을 무작정 ‘헐값’에 파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마저 쉬운 결정은 아니다.
정부로선 오리사옥을 빨리 팔아치우는 것이 중요하다. LH가 경남 진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이전 비용이 들었다. 이 비용을 사옥 매각 대금으로 충당해야하는데 매각이 장기화 되면 LH의 부채는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지난해말 기준 LH의 총부채는 134조원이며 이중 매달 이자를 내야하는 금융부채는 90조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분당 오리사옥은 워낙 규모가 커 대형 업체가 아니면 매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사실상 용인 죽전에 있는 오리사옥은 대형 업체들이 선호할 입지가 아닌 만큼 분할 매각 등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장기 미매각 시설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