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과 MBC '리얼스토리눈'<사진=SBS, MBC> |
[뉴스핌=이현경 기자] 잘 만든 시사프로그램, 열 드라마 안 부럽다. 최근 웬만한 드라마보다 시사 프로그램이 잘 나가면서 생긴 말이다. 'SBS스페셜'은 럭셔리 블로거 도도맘과 설탕전쟁 편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고 채널A ‘먹거리 X파일’는 요식업의 충격적인 이면을 들춰 꾸준히 시청자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전통의 강자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사 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도 드라마에 밀리지 않는 성적표를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종영한 KBS 2TV ‘무림학교’가 2.6%(11회),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가 2.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반면, 토요일 밤 방송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평균 시청률 8%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23일 방송한 ‘살인범의 걸음걸이’ 편은 무려 10.1%를 찍었다. 이는 잘나가는 공중파 3사의 평균 시청률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방송한 KBS ‘취재파일K’도 8.2%, MBC ‘리얼스토리 눈’은 7.7%를 기록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공중파는 물론 종편의 시사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비롯해 TV조선 ‘이슈 본색’과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썰전’,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시사스페셜’은 이미 각사가 주력하는 간판 시사프로그램이 됐다.
이처럼 과거와 다르게 시사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드라마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회의 이슈를 조명하고 사건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사고 있지만, 간혹 시청률만 바라보는 자극적인 장면과 주제에 열중하는 경향이 있어 씁쓸하다.
실제로 시사프로그램의 주제는 살인과 성폭력 등 자극적인 사건과 사고에 편중돼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경우, 지난 3월 한달간 방송된 주제를 살펴보면 ‘누가 나를 죽였나? 망자의 마지막 시그널’ ‘여수 S주점 여종업원 사망 미스터리’ ‘붉은 지붕 집의 비밀-뉴욕 한인 남매 노예스캔들’ ‘의문의 마지막 전화 발신자는 누구인가-주유소 살인사건’이었다. 주유소 살인 사건 편의 경우 사건 속의 숨겨진 정치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며 새로운 사실을 들춰냈으나 시사 프로그램 주제의 대부분이 살인 사건, 사고에 치중된 점은 아쉽다.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추적60분' 'SBS스페셜' '먹거리X파일' <사진=SBS, MBC, 채널A, KBS> |
‘리얼스토리 눈’의 경우 다소 자극적인 인터뷰 장면을 반복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다짜고짜 할머니를 찾아가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건 잘못됐다. 다시 거리에서 살아야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다뤘다”(ha****) “77세 할머니를 ‘영자씨’로 불렀어야 했나”(80****) “자극적인 단어로 방송에 할머니의 사생활을 알렸다”(tr****) 등 비난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겹치는 아이템도 부지기수다. 매주 금요일 방송하는 ‘궁금한 이야기Y’와 월~금요일 전파를 타는 MBC ‘리얼스토리 눈’은 주제가 겹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만큼 이슈가 된 사건을 다룬다 할지라도 단순한 정보전달에 그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본 걸 또 접해야 하는 불편함은 시청자의 몫이다.
최근에는 균형에 맞지 않는 보도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방송한 SBS스페셜의 ‘두 여자의 고백-럭셔리 블로거의 그림자’ 편에서는 도도맘 김미나 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불륜 스캔들에 대한 도도맘의 일방적인 입장을 지나치게 내보내면서 ‘띄워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이에 결국 지난 12일 SBS는 편성위원회를 소집했고 그 자리에서 SBS 제작부문 대표이사인 박정훈 부사장은 “제작 과정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제 시사 프로그램은 여론을 모으고 시청자와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는 그만큼 사회의 주요 사건에 대한 시청자 관심 역시 많아졌다는 의미다. 시사 프로그램 속 주제에 대한 의견이 많은 데다, 방송 후 SNS를 통해 이런 주제들이 활발히 회자되는 등 방송 자체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각 방송사들은 시사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이나 인지도 만큼이나 신뢰도 회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주제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노력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