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온'에도 아랑곳, 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외환시장이 엔화 상승 베팅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투기세력은 물론이고 투자은행(IB)의 외환 딜러들이 일제히 ‘엔 高’ 전방위 베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이후 전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하락률 상위권에 랭크됐던 엔화가 급반전을 이뤘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파 발언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팔자’가 쇄도하면서 엔화를 밀어올렸다는 얘기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엔화 강세 재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재정수지 흑자 확대 등 경제 펀더멘털 측면의 변수도 외환 트레이더들 사이에 엔화 상승의 근거로 등장했다.
엔화의 움직임과 투자자들의 행보는 말 그대로 급반전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까지 달러/엔 환율 115엔이 뚫릴 경우 117.50엔까지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등 글로벌 환시의 관심은 엔화 약세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이틀 사이 가파르게 떨어진 달러/엔은 30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111엔 선 진입을 저울질했다.
이날 단스케뱅크에 따르면 선물옵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취한 뒤 전매나 환매를 통해 반대매매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 중인 미결제 약정의 36%가 엔화 롱 포지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4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말 숏 포지션의 미결제 약정 비중이 이와 흡사한 수치에 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상황은 커다란 반전이라는 주장이 터무니 없지 않다.
최근 엔화 상승 베팅의 특징은 일본은행(BOJ)의 개입 가능성조차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트레이더들 사이에 BOJ가 구두 또는 실제 통화정책을 통한 환시 개입을 단행, 엔화 강세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이를 무시할 수 있는 변수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마이너스 금리 시행 이후 정책 실패라는 비난이 안팎에서 뜨겁게 고조된 만큼 BOJ가 ‘행동’ 나서는 일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신중한 금리인상에 무게를 둔 옐런 의장의 발언이 매우 단호했고, 이 때문에 섣부른 시장 개입이 실패로 돌아갈 여지가 높아는 점을 일본 정책자들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일본 경제 펀더멘털도 엔화 상승 베팅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이다. 데릭 할페니 뱅크오브도쿄 미츠비시 외환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일본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3%에 달했고, 이는 엔화 하락에 커다란 걸림돌”이라며 “엔화 약세 요인들이 크게 희석됐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을 포함한 위험자산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동시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과 미국 S&P500 지수의 상관관계는 지난 2월 뉴욕증시가 단기 저점을 찍었을 때 마이너스 80%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62%로 급등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아니라 달러화 약세를 배경으로 엔화가 탄탄한 상승 추이를 보일 경우 투자자들의 ‘리스크-온’ 심리와 무관하게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