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향방 결정적 변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통화정책 의지가 확인되면서 달러화가 뚜렷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이 헤지펀드 업계로 집중됐다.
달러화에 대해 대규모 롱 포지션을 보유한 헤지펀드가 ‘팔자’로 돌아설 경우 달러화 낙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의 달러화 매수 포지션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해 헤지펀드 업계에 비관론이 번질 경우 이들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외환시장을 한 차례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연준의 지난 16일 회의 결과 이후 외환시장 트레이더들 사이에 매도가 쏟아지면서 달러화를 끌어내렸지만 강력한 잠재 폭탄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연기금과 부동산투자신탁, 중소형 자산운용사 등은 연초 이후 달러화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점진적으로 줄인 데 이어 지난주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이후 적극적으로 비중을 축소했다.
헤지펀드를 제외한 이들 업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숏 포지션이 우세한 상황.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업계에서 하락 베팅이 언제 쏟아질 것인지 그리고 그 규모가 얼마나 클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리아 키리아코 BofA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달러화 향방에 헤지펀드 업계의 움직임이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며 “롱 포지션이 대규모로 청산될 경우 달러화에 커다란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최근 포지션을 볼 때 달러화에 대한 금융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업계는 달러화 트레이딩을 대부분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자산 포지션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드물지만 관련 기관 투자자들의 행보를 통해 달러화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외환시장의 전략가들은 달러화가 연준의 회의 후 단기 낙폭에 대한 반등이나 테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기대 당분간 상승 탄력을 보일 수 있지만 선진국이나 이머징마켓 통화 전반에 걸친 추세적인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엔화에 대한 달러화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유로화에 대해서는 달러화가 일정 부분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지수와 무역가중치가 반영된 달러 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나란히 5% 가량 밀린 상태다.
주요 이머징마켓 통화가 연준의 이달 회의 이후 상승 모멘텀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환시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이들 통화에 대해 숏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숏 포지션이 청산될 여지가 높고, 이에 따라 신흥국 통화의 상승 탄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