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약발 오래 못 간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파열음을 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움직임이다.
이른바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의 상승을 겨냥한 금융상품으로 이달 뭉칫돈이 유입됐다.
2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VIX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3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로, 투자자들 사이에 증시 변동성이 다시 뛸 것이라는 관측과 지난 수년간 관련 상품의 외형 성장을 반영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월11일 28.14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VIX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하락, 23일 기준 14.94까지 떨어졌다.
오는 6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일부 정책자들이 내달 긴축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 및 상품시장의 불확실성까지 증시를 흔들 수 있는 요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변동성 상승에 대비하고 나섰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변동성과 관련된 선물 지표는 앞으로 수개월 사이 VIX가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변동성 상승을 겨냥한 프로셰어 울트라 VIX 숏텀 퓨처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유통 주식 수는 세 배 급증했다.
또 이와 흡사한 구조의 ETF인 벨로시티셰어 데일리 2x VIX 숏텀 역시 이번주 유통 주식 수가 1억주를 넘어섰다.
올해 금리인상을 당초 계획했던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축소할 의사를 밝힌 연준과 이달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을 늘리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차분한 주가 흐름이 추세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없지 않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미국 기업의 이익 후퇴 등 주식시장에 충격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록키 피쉬만 도이체방크 파생상품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VIX 파생상품에 대규모 투자 자금을 베팅하고 있다”며 “최근 VIX가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떨어지자 트레이더들이 추가 하락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변동성이 갑작스럽게 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