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등장에 자존심 건 경쟁
[뉴스핌=박민선 기자] 증권사 IB본부 담당자들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줄을 이으면서 담당 임원들의 일정표도 프리젠테이션(PT)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특히 대기업들 상장 행렬이 이어지면서 올해 각 증권사 IB본부의 실적 개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들은 IPO 시장 활황에 인력 충원 등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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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롯데·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들 줄상장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이르면 금주 안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한 두산밥캣은 지난 7일 숏리스트(적격 예비후보)에 선정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PT 심사를 진행했다. 이번 PT에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등이 포함됐다.
앞서 넷마블게임즈 역시 지난달 본사에서 진행된 PT를 통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올해 IPO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 중 상장 일정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롯데정보통신, 티브로드, CJ헬스케어 등도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며 해태제과, 용평리조트, 네이처리퍼블릭, 제일홀딩스 등의 상장 일정도 진행 중이다.
◆ 늘어난 공급, 뒷받침하는 수요…저금리 특수 누린다
일반적으로 증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업 가치 산정이 불리해진다. 이에 기업들은 상장 시기를 연기하거나 큰 니즈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IPO 시장은 이 같은 '공식'을 깨고 의외로 열기가 뜨거운 편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15곳 이상의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공모 규모가 11조원, 130여개 기업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 시대 투자 수요 증가 ▲ 재무구조 개선 및 성장 발판 마련에 대한 기업 수요 ▲각 대기업들의 특수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공모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디스카운트 돼 있다는 이미지 때문에 투자자들의 공모시장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이일드 펀드 등을 통한 투자 환경 조성과 맞물린 데다가 기상장된 새내기주들이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이는 것도 시장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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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장한 기업들의 증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상장한 펩트론은 (9일 종가 기준)공모가 대비 259.4%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한국맥널티 201.3% ▲에스와이패널 184% ▲코디엠 171.3% 등의 수익을 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LIG넥스원과 코리아오토글라스는 50% 안팎의 수익률을 보이는 등 총 92개 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23.9%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공모 시장의 훈풍은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적잖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IPO 주관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모금의 3% 수준을 수수료 수익으로 잡는데 기업들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 규모는 불어나게 된다. 때문에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는 더욱 달궈지는 양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 시장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 IPO 주관 성과를 두고 각 IB 본부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IB부서의 타업무 대비 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지만 수수료율을 높은 수준인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가가 2000선을 넘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추가 인력 보강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