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엔저 부활…분위기 반전되면 매수 급물살"
[편집자] 이 기사는 02월 22일 오후 2시5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결국 다시 '엔저'가 올겁니다. 일본 증시 매수 권고를 유지합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 둘 일본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지만, 블랙록과 같은 일부 유력 투자기관이 계속 일본 주식 매수 권고를 제기했다. 최근 외국계 투자자의 일본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대결 구도를 이룬 가운데, 달러/엔 환율의 향배가 주목된다.
지난주 크레디트스위스(CS)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각각 달러/엔 연말 전망치를 105엔과 110엔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비해 노무라홀딩스의 전략가들은 130엔 전망을 고수했는데, 블랙록의 전략가들 역시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확연한 의견 대립이 형성됐다.
◆ 달러/엔, 100엔 혹은 130엔?
![]()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란 파격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기대했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엔화 전망을 놓고 유력 투자회사의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BOJ 서프라이즈' 이후 일본 대형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가 크게 밀리면서 약세장으로 진입했던 토픽스(TOPIX)는 지난주 8% 급등하며 6년래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수는 아직 올해 낙폭의 3분의 1만을 회복하는 데 그치면서 올들어 17% 하락한 상태.
국제유가가 저공비행하는 상황에서 연초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자,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도쿄 주식시장도 '위험회피'가 전개됐다. 마이너스금리 정책 도입과 함께 안전자산인 국채로 매수세가 옮겨붙자 10년물 지표 금리가 4차례나 장중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고, 엔 매수 심리가 강해졌다.
BOJ 정책 결정 직후 달러 대비 121엔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이내 방향을 바꿔 110엔대까지 수직상승(달러/엔 환율 하락)했다. 추세 전환을 우려한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엔화는 잠시 약세로 전환했지만, 다시 112엔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일본 정부의 바람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헤지펀드나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아베노믹스에 편승한 일본 강세장을 더 이상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며 달러/엔 환율 전망도 속속 아래로 재조정(엔화 강세)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정책들로 인해 엔화 약세가 유지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기업 실적과 증시가 동반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록 수석 투자전략가 러스 코에스테리흐는 "일본 증시에 비중확대 입장"이라며 "BOJ가 기존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깜짝 마이너스 금리 도입까지 더해 단기적으로 엔화 상방이 제한될 것이며 수출 기업들의 시적 개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 |
토픽스지수(파란선), 닛케이지수(주황선) 1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
일본 최대 투자은행 노무라도 올 3월 추가적인 데이타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의 엔화 약세 전망을 고수하는 입장이라며, 올 연말 달러/엔 환율이 130엔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연말 2만2000선까지 올라 지난 주말 종가 대비 38%가 뛸 것으로 점쳤다.
아문디 자산운용 리처치대표 하마사키 마사루는 달러/엔 환율이 110엔까지 다시 내려가지 않는 이상은 일본 기업들이 수익을 유지할 수 있어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 외국인 투자심리 '냉각'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워낙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외국인들은 6주째 일본 주식 정리에 나서고 있다.
일본증시 거래량의 75% 가량을 다당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4일 이후 2조2400억엔 정도의 주식을 팔아 치웠고 단기 변동성은 5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픽텟 자산운용 소속 마츠모토 히로시는 "높아진 신용 리스크를 마주한 오일머니와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정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다이와증권 이케하타 유키오도 "외국인 투자자 거래가 올초 이후 계속 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도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BOJ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증가하면서 통화정책보다는 대내외 위험회피 관련 이슈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기관들도 정책당국이 엔화 절상 방어에 나선다 해도 위험회피 성향으로 해외에 있던 투자자금이 회수되면서 방어 효과가 상쇄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SBC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고평가 부담이 해소돼 당국의 환시개입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크레딧스위스는 최근 주요국 금리의 동반 하락으로 통화정책 차이에 따른 엔화 약세를 기대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CS는 3개월 안에 달러/엔 환율이 110엔으로 떨어지고 1년 안에는 105엔까지 갈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0.8%에서 0.4%로 대폭 하향 수정한 뒤 내년에는 제로(0%) 성장률을 점쳤다.
BAML은 1년 내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50%로 제시하며 올 연말 달러/엔 환율 전망은 110엔으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인 120엔에서 대폭 후퇴한 수준이다.
BAML은 일본은행(BOJ)이 추가 완화정책을 단행하더라도 연준이 기존 긴축 노선에서 선회한다면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엔화 전망 수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FOMC 1월 의사록에서 연준 정책 위원들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 엔, 약세로 급반전할 변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라나 블랙록 등이 엔화 약세와 일본증시 반등 전망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 |
연초 이후 달러/엔 움직임 (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야후> |
블랙록의 코에스테리흐는 연방준비제도의 추가긴축 연기 조짐 등을 감안하면 BOJ가 통화정책으로만 엔화 약세를 유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정정책과 민간부문 임금 인상이 내수를 떠받치고 엔화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을 상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봄 연례 임금 협상이 내수 지지에 핵심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본증시의 낮아진 밸류에이션, 기업 거버넌스 개선으로 인한 자기자본이익율(ROE) 상승 등이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케다 유노스케 노무라 외환리서치 대표는 "현재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3월초 발표될 미국 지표들이며, 경기침체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되면 130엔 전망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호한 경제 지표가 나오거나 리스크 회피 심리가 누그러지면 달러가 재빨리 회복할 것이며 달러/엔 환율도 "즉각" 117~118엔 수준으로 뛰어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픽텟 소속 마츠모토는 해외 투자자들이 매수 적기를 계속해서 문의해오고 있다며, 이들 상당 수가 1만6000선으로 떨어진 증시가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일단 분위기가 반전되면 매수 흐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로빈 하딩은 "상하이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용인되기는 어렵겠지만, 주요7개국(G7)이 별도 회동한다면 다를 것"이라며 "BOJ가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무기를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하딩은 "아베와 구로다가 추가 경기부양 의지를 시험받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물러난다면, 2012년 시작된 아베노믹스는 2015년에 사망한 셈이 된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