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종영이 확정된 '무림학교'와 더불어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겪었던 '발칙하게 고고'와 '오마이비너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KBS '발칙하게 고고'·'오 마이 비너스' 공식 포스터> |
[뉴스핌=이지은 기자] KBS 드라마가 지난해부터 부진하다. 특히 월화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월화극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야심차게 반 사전제작으로 시작한 ‘무림학교’는 벌써 조기종영이 확정되면서 다시 한 번 KBS에 미역국을 먹였다.
KBS 2TV가 월화·수목드라마 ‘블러드’ ‘어셈블리’를 시작으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꼼꼼하게 준비했던 뱀파이어 메디컬 드라마는 물론 국회, 예능까지 접목시키며 새로운 변신을 꾀했지만 죄다 수포로 돌아갔다. 또 현재 방영 중인 ‘무림학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러드’는 시청률 5.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5%로 종영했고, 평균 시청률 4.7%를 기록했다. ‘시청률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학원물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도 최고 시청률 8.2%(평균 6.3%)로 10%대를 끝내 넘지 못했다. 사실상 지난해 10%의 문턱을 넘은 작품은 최종회에 12.6%를 기록한 ‘빅맨’ 하나뿐이다.
특히 ‘발칙하게 고고’는 첫 회부터 2.2%라는 경악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KBS 지상파 드라마 최저 시청률 4위로, 학원물 드라마에 제대로 오점을 남겼다. 마지막회는 4.2%로 두 배 상승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퇴장했다. 수목드라마 ‘복면검사’ ‘어셈블리’도 각각 6.9%와 4.9%의 시청률로 쓸쓸히 막을 내렸다.
당시 ‘블러드’는 한물 간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더불어 주연 배우인 안재현과 구혜선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르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후아유-2015’와 ‘발칙하게 고고’는 너무 빤한 10대들의 시기‧질투와 경쟁을 그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KBS는 한류스타 신민아‧소지섭을 내세우며 ‘오마이비너스’로 재도약을 준비했다. 하지만 동시간대 방송됐던 MBC ‘그녀는 예뻤다’와 비슷한 내용 전개로 시청률은 주춤했고 평균 8.7% 시청률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첫 타자로 나선 ‘무림학교’는 4회까지 방송된 상태에서 조기 종영설에 휩싸였다. 당시만 해도 KBS는 조기 종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조기 종영 수순을 밟게 됐다.
CG논란이 일었던 '무림학교', 연기력 논란의 '블러드', 뻔한 전개로 외면받은 '후아유-2015'(위로부터) <사진=KBS 2TV '무림학교'·'블러드'·'후아유-학교2015' 캡처> |
이 같은 수순에 결정타가 된 건 시청률이다. 5.1%로 시작한 방송이 현재 3.3%(2일)까지 하락했기 때문. 진부한 전개와 드라마의 절반의 액션신에 사용되는 CG가 너무 허술한 것이 이유였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드라마” “오글거려서 10분 이상을 못 보겠다” 등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또 조기 종영이 확정되기 전, 11회까지 촬영이 진행된 ‘무림학교’는 9회에 달하는 에피소드를 5회 분량으로 줄여야 한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지금과 동일하게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리면서 촬영에 임할 수 있을지, 급박한 전개로 그나마 남아있는 시청자들의 눈을 돌려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후속작인 ‘동네변호사 조들호’에도 불똥이 튀었다. 첫 방송 날짜를 앞당길 수도 없는 시점에서 ‘무림학교’의 조기 종영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대본 리딩은 물론, 캐스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KBS 측은 4부작 단막극을 해결카드로 내놓았지만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어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웹툰 원작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와 우려가 쏠리고 있다.
KBS로서는 학교‧학원물 드라마의 흥행성을 냉정하게 따져야 할 시점을 맞았다. KBS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학교’ 시리즈를 비롯해 ‘발칙하게 고고’까지 연이어 실패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해당 장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지금의 10대들이 겪고 있는 성적‧스펙 고민을 환기시킨다는 것. 하지만 거기에만 안주해선 곤란하다. 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달라진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KBS 드라마국은 기획‧연출과 더불어 배우 캐스팅 부분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