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 명가' 기아차, 올해 승용차 라인업 강화 승부수
[뉴스핌=송주오 기자]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난해 런칭한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아차의 승용차 라인업 강화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올 뉴 K7을 출시한 박 사장은 레저용차량(RV)에 비해 약한 승용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플래그십 모델 K9의 위상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박 사장은 1982년 현대차 재경본부 회계 담당으로 입사한 '재무통'이다. 재무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왔지만 2003년 인도 법인으로 넘어가면서 경영자로서의 탁월한 능력도 입증했다.
박 사장은 2012년까지 인도 법인에 머물며 현지 전략 모델 i10, i20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2위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사와 상무, 전무를 거쳐 법인장(부사장)자리까지 올랐다. 해외지역의 한 곳에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법인장까지 오른 것은 드문 사례로 그룹 내에서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기아차 박한우 사장> |
인도 생활을 접고 2012년 기아차 재경본부장으로 복귀한 그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2014년 7월 사장으로 승진에 이어 같은 해 1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사장의 첫 과제는 수입차 공세 막아내기였다. 지난해 1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12%를 넘어섰다"며 "우리도 그동안 미진했던 부분, 고객들에게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강점이 있는 레저용 차량 등을 앞세워 내수시장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전략은 국내 캠핑 붐과 맞물리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기아차는 지난해 내수에서만 52만75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대비 13.4%의 성장한 수준이다. 2010년(17.4%) 이후 5년 만에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RV 계열 모델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실적이 증가했다. RV 모델 판매는 21만4320대로 46.3%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RV 모델에 대한 높은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지만 기아차를 둘러싼 환경은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에 따라 기아차의 승용차 라인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그동안 현대차그룹 내 최상위 모델이었던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소속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아차의 K9의 역할과 무게감이 예년과 달라졌다. 현대차그룹 내 대중차 브랜드에서 K9과 어깨를 나눌 만한 모델이 사라진 것.
기아차는 그동안 승용 라인업을 띄우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동급의 현대차 라인업에 막혔다. 특히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플래그십 모델인 K9은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K9의 판매량은 4294대로 에쿠스(5158대, EQ900 제외)에 뒤쳐졌다. 2014년 5.0L 타우 GDI 엔진을 장착한 퀀텀 모델을 선보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중형급과 준대형급에서는 선방하고 있다. 기아차의 중형 모델 K5는 지난해 7월 2세대 모델 출시 영향으로 5만8619대 팔렸다. 쏘나타 판매량의 절반 수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대항마로써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오는 26일 출시되는 2세대 K7은 사전계약 2주만에 7500대를 기록했다. 전 세대에 비해 일일 평균 판매량에서 20여대를 웃도는 실적이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신형 K7에 대해 "기아차 디자인의 미래"라고 측면 지원을 해줄 만큼 기대가 큰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이미지를 한 번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로 기아차의 승용차 라인업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박 사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