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치 비축분에도 불구 中小병원 수혈 혈액 확보 비상
[뉴스핌=이진성 기자] 전국이 혈액 부족현상을 겪는 가운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적십자가사 국내 혈액보유량이 5일치 밑으로 떨어졌다며 헌혈을 독려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가운데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의 경우 혈액 비축량이 원할한 반면 중소병원들은 당일 필요한 혈액조차 부족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혈액 수급에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에 따르면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최근 혈액 비축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수술일정이 늦춰지면서 혈액 수요가 하반기에 집중된 것이다.
애가 타는 것은 중소병원이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혈액 비축양의 양극화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선 병원의 지적이다.
![]() |
<사진=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캡쳐> |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국립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혈액 재고가 부족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상황이 다르다. 인천시에 위치한 H병원과 수원의 A병원 등은 재고가 부족한 실정이다. 당일 응급환자가 발생시 적십자로부터 그날그날 공급받는 상황이다.
대형병원들은 혈액관리를 전담하는 팀이 갖춰져 있고, 수술예약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최소 이틀치 이상의 혈액을 공급받는다. 상대적으로 수술빈도가 적은 중소병원들은 대형병원에 순위가 밀리게 돼 혈액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특히 혈액보유량이 5일치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날 기준으로 적십사의 혈액보유량은 3일이다. 이론상으로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3일동안 환자 수혈에 무리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혈액이 대형병원에 쏠리면서 중소병원들은 그날 필요한 혈액도 긴급으로 받고 있다.
![]() |
사실 국내 헌혈인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적십자의 최근 헌헐률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헌혈인구는 지난해 305만3000명으로 총 인구대비 6.1%의 헌혈률을 기록했다. 이는 독일(8.1%)에 비해 낮지만 혈액 공급에 큰 문제가 없는 미국(5.13%)과 영국(3.42%) 보다는 더 높은 수치다. 더구나 지난 2006년 이후 헌혈인프라 확충과 등록헌혈제도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적십자사가 일시적인 혈액 비축분이 모자르다고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에 앞서 헌혈 수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5일치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병원들이 비축할 수 있는 혈액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적십자사는 이를 대비해 긴급으로 수혈이 필요할 경우 타 지역을 비롯해 지역 대형병원에 마련된 혈액센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중소병원들은 여전히 혈액부족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인천의 H병원 관계자는 "적십자사의 혈액보유량을 봤을때 이틀간은 전혀 무리없이 혈액을 공급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혈액보유량이 잠시 낮아질때마다 중소병원만 혈액이 부족해지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적십자사가 말하는 보유량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기관에서 혈액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다만 대형병원들이 이같은 시기에는 더 많은 혈액을 적십사로부터 공급받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중소병원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