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증가로 출하량 10% 증가…업체 매출 성장은 5% 미만
[뉴스핌=한태희 기자] "아파트 분양이 늘어서 출하량도 늘었는데 가격이 많이 아쉽습니다. 서울에선 전용면적 85㎡ 아파트 분양가가 수억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85㎡ 아파트 한 가구 짓는데 들어가는 시멘트 가격이 얼마인줄 아세요?. 200만~300만원입니다. 3.3㎡당 이 가격을 받는다는 게 아니라 85㎡ 한 가구 짓는데 드는 시멘트 비용이라는 얘깁니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의 한탄이다. 정부의 강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건설업 전후방 산업이 수혜를 입고 있지만 유독 시멘트업종만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이다.
2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0% 넘게 증가했지만 시멘트업계 전체의 평균 매출액은 전년대비 5%도 늘지 않을 전망이다.
시멘트 수요가 폭증했지만 실적 개선의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시멘트업계가 예상하는 올해 시멘트 국내 출하량은 4829만톤이다. 지난해보다 10.5% 늘어난 물량이다. 내수 출하량 증가율이 10%대인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0년만이다. 지난 1994년 분당과 일산을 포함해 1기 신도시 건설로 시멘트 출하량이 절정일 때처럼 올해 시멘트 시장은 근래들어 최고 좋은 분위기란 설명이다.
이는 정부의 강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이 폭증했던 덕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52만677가구로 전년(33만854가구)대비 50%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시멘트 업체들은 이 열매를 마음껏 먹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시멘트 가격이 제자리걸음이다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지금 받고 있는 시멘트 가격이 턱없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시멘트 가격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출하량이 늘어도 뚜렷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료=대신증권 리서치센터> |
올해 시멘트 가격은 1톤당 7만5000원. 지난해 가격과 같다. 시멘트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 1포대 가격은 3000~4000원대다. 시멘트 1포대가 커피 1잔 값도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년엔 커피 1잔 값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시멘트 주재료인 유연탄 가격 하락으로 건설사가 지속적으로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연탄 가격이 오를 때 그만큼 시멘트 값이 오르지 않았는데 건설사는 유연탄 가격이 떨어졌으니 시멘트 가격을 빨리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올해는 인하 없이 그냥 넘어갔지만 내년에는 시멘트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출하량 증가 효과가 다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