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불황 장기화, 사업주 야반도주 잦아
[뉴스핌=이승환 기자] 삼성전자의 중국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 중 하나인 중톈신(中天信)전자의 도산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중톈신 전자 본사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21일 선전(深圳) ODM 업계 대표주자이자 삼성, ZTE, 레노보 등 기업의 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중톈신 전자 근로자 200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회사측은 3개월째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톈신 측은 현재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어 발주업체에 대한 제품 공급에는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임금 체불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은 상태다.
신문에 따르면 중톈신전자는 주로 10만원 이하의 초저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ODM 전문 기업이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카메라 모듈 부품도 하청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근로자는 2600여명이며 지난 2014년 한해 28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톈신전자의 도산 위기는 지난 10월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체불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주요 경영진들과의 연락이 두절되면서 제1, 제2공장의 직원들이 교대로 집단 파업에 돌입한 것.
이와 관련해 중톈신 전자의 한 관계자는 “임금 체불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10만원도 안되는 월세를 내지 못한 직원들이 회사 측에 임금지불예정 증명을 요구하곤 했다”고 토로했다. 중톈신의 생산 근로자 1인 평균 월급은 3500위안 수준이다.
중톈신 전자는 중국의 전자 제조업 중심지인 선전에서도 가장 성공한 ODM 업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6억위안으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톈신은 지난 3년 스마트폰 업계 호황에 힘입어 매년 100%대의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던 중톈신 전자의 영업상황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중톈신에 발주했던 스마트폰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제때에 대금이 지불되지 않았던 것. 이로 인해 저가 스마트폰 전문 제조업체로서 박리다매에 의존해 온 중톈신의 현금 유동성이 급격하게 경색됐다.
중톈신 전자는 또한 충분한 주문을 수주한 상태에서도 생산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빈번하게 중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톈신 전자의 한 생산직 근로자는 “지난 몇 달간 일주일에 2~3번씩은 생산라인이 중단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파업중인 중톈신 전자 생산 근로자들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제조업계에 따르면 경영 악화로 인한 노사간 충돌이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올들어 11월까지 중국에서 보고된 파업건수가 2354건으로, 전년대비 2배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중국정부에 접수된 노동쟁의 중재신청은 156만건으로 역시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산 쓰나미가 밀어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제조업 1번지로 불리는 광둥(廣東)성의 둥관(東莞)에서만 지난 1년 4000여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로인해 거리로 내몰린 근로자 숫자만 최소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둥관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예상 전망치인 9%에 크게 못미치는 7.8%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 침체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면 인건비는 치솟고 있어 100인이하 사업장이 대부분 도산위기에 놓여 있다”며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제조기업들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