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이어 유가까지 하락하며 제지사들 원가절감 기대
[뉴스핌=한태희 기자] 국내 제지사들이 유가 하락을 반기고 있다. 펄프에 이어 원유까지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떨어져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서다. 원유는 펄프 다음으로 제지업 원가에 큰 영향을 주는 원자재다.
14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국내 제지사는 원가절감 효과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펄프를 종이로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제지는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한 산업이다. 제지 원료에서 섬유질을 분리한 후 물에 담갔다가 건져낸 후 얇게 펴서 종이 형태를 잡는다. 남은 물기를 말려서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제지는 제조 공정 과정에서 대규모 건조 공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력비와 연료비 등 에너지 관련 비용이 큰 산업"이라며 "에너지가 원가의 약 12%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가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제지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것.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35.62달러다. 지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두바이유(현물)는 배럴당 36.2달러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와 제지사 등은 내년에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제지는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유가 하락은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펄프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제지업계에 긍정적 요인이다. 펄프는 전체 원가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원자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활엽수표백 크라프트 펄프 가격은 지난 10월 기준 1톤당 633달러로 전월대비 3달러 떨어졌다. 또 침엽수표백 크라프트 펄프는 1톤당 668달러로 전월대비 4달러 하락했다. 지난 3월 이후 오름세였던 펄프가격이 꺽인 것이다.
증권 및 제지업계는 펄프가격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점친다. 펄프 제조업체인 에이프럴의 중국 라자오 공장이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외 경영 환경이 좋지만 제지사는 여전히 내년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제지사는 펄프와 유가, 환율 지표를 중요하게 본다"며 "펄프와 유가가 우호적이어도 환율 리스크가 있으면 경영을 잘하고도 손실을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경영 계획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