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확대 과정서 영역 겹칠 우려…삼성물산 지분정리 선행 과제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해 온 계열사 합병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9일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삼성그룹 내 자동차 관련 사업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4곳이 영위하게 됐다.
이중에서 삼성전기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삼성전자가 지분 22.8%를 갖고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이란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말한다.
삼성전기는 현재 자동차 전자제어용 반도체인 적층세라믹콘덴서( MLCC), 자동차 블랙박스용 카메라 모듈을 만들며 향후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충전, 통신모듈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전장부품 사업 진출로 사업영역이 겹치게 됐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초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확대를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차량에 들어가는 중앙정보처리장치·차량용 반도체 등 전기·전자 장치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삼성전기와 합병가능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합병설은 올해 초 삼성전기가 사업부문을 디지털 모듈 등 3개 부문으로 줄이고 파워모듈과 튜너, ESL(electronic shelf label) 등의 사업을 종업원지주사로 분사하면서부터 흘러나왔다.
최근 삼성SDI가 케미컬 사업부문 매각을 결정한 뒤로는 삼성전자가 몸집을 줄인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까지 흡수해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한데 모은다는 관측도 나왔다.
단,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73%,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1%를 삼성물산에서 사들여야 삼성전자로의 합병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정거래법은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기측도 “현재 내부적으로 삼성전자와의 합병은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삼성전기가 완성차 업체의 2차 협력사(티어2) 역할을 하고 삼성전자가 1차 협력사(티어1) 역할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자체 생산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이 향후 사업부 규모로 확대되면서 LG전자의 VC사업본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삼성전기는 LG이노텍과 경쟁을 심화하는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자동차용 전장부품 사업에서 1조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삼성전기에 비해 다양한 품목을 생산한다.
주요 제조 품목은 차량 급제동시 브레이크의 잠김을 방지해주는 ABS 모터, 자동차 전자제어 조향시스템을 구현하는 EPS 모터, 자동차 방향조절시 조향 토크를 검출해 EPS 모터 동작 신호를 발생하는 Torque Angle Sensor, 기어변속을 돕는 역할인 DCT 모터, 자동차 주행시 전조등 상태를 도로 조건에 맞게 최적화 하는 AFLS Actuator 등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디스플레이 오디오, 네비게이션) 제품을 중심으로 자동차 설계 용역, 금형 및 생산설비 공급 사업을 수행하면서 전장부품, 전기자동차용 부품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토러스증권이 지난 10월 낸 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 원가 중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 2030년에는 자동차 원가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